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대통령께서는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 마련 및 내일까지 추천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며 "검찰의 대면(對面) 조사에 협조할 수 없어 유감"이라고 했다.

야당(野黨)이 아직 후보 명단도 공개하지 않은 '특검 임명'과 '시국 수습'을 이유로 29일까지 박 대통령을 조사하게 해달라는 검찰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이어 "변호인으로서는 어제(27일)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직접 밝혔으나 이후 유 변호사를 통해서는 4차례나 검찰 조사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대통령을 최순실(60)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범으로 규정하고 뇌물 혐의까지 적용하는 쪽으로 검찰의 기류가 급변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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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사 거부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 거부 사유가 '특검 임명'과 '차은택씨 기소에 따른 준비'라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치고는 참 옹색하다"는 말이 검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차은택씨는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수석과 공범이어서 이미 혐의가 거의 드러나 있었다"며 "뇌물 혐의 수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핑계 같다"고 했다.

검찰은 이제 더 이상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요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달 초로 예상되는 특검 임명 때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특검도 어차피 검찰 수사의 연장 선상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검의 본격 수사에 예열(豫熱)과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처음부터 매섭게 몰아칠 것 같다"고 했다.

'최순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법에 나온 것만 15개 항목에 달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강제 모금, 국가 기밀 유출 등 큰 줄기는 이미 검찰이 수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검은 이에 따라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이 별도로 최씨에게 줬거나 요구받은 뭉칫돈의 성격, 즉 뇌물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수사다. 두 사람은 2014년 11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과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쳤다. 특검이 두 사람의 국정 농단 묵인·방조 의혹을 수사하다 보면 수사 범위가 자연스레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현직 검찰 관계자들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중립적 특검'의 수사에 응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이상 특검 수사에 제대로 협조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법률 전문가인 김기춘·우병우 두 사람이 수사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특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