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에 '철도 독점' 울타리를 벗어난 코레일은 '열차 기술 혁신'이라는 카드로 대응에 나섰다. 내년까지 '한국형 2층 고속열차' 원천 기술을 개발해 오는 2023년까지 2층 고속열차를 도입·운영하고, 2020년까지는 수송 능력과 에너지 효율, 가속 능력 등이 뛰어난 시속 300㎞급 동력분산식 열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지난 11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현대로템과 함께 '한국형 2층 고속열차'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기관들은 시험용 차량 2대를 우선 제작해 내년 말까지 시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차량 제작사인 로템이 시험용 차량의 설계와 제작, 철도연은 시험 계측과 주행 안전성 평가, 코레일은 시험용 차량의 시운전 등을 맡았다. 코레일은 "2층 고속열차 제작 기술은 프랑스 등 해외 기업들이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판매를 꺼릴 정도"라며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에도 2층 고속열차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기술 개발을 통해 2023년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힌 2층 고속열차 예상 디자인. 코레일은 ‘철도 경쟁 체제’를 맞아 이 같은 ‘차세대 고속철’ 도입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2층 고속열차는 열차 1편성의 좌석이 1404석으로 현재 운행 중인 KTX-산천(363석)의 약 4배 수준이다. 더 이전 모델인 KTX-1(931석)보다는 약 500석 더 많다. 코레일 관계자는 "2층 고속열차 1편성의 수송력은 국내선 항공기 5대·우등 고속버스 50대와 맞먹는다"면서 "한 번에 많은 탑승객을 태우면 만성적인 좌석 부족 현상과 선로 용량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층 고속열차의 출력은 기존 열차보다 10~15%가량 증가된다. 그러나 전차선 설치 위치를 더 높이는 등 시설물을 별도로 개량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연 관계자는 "2층 고속열차의 최대 높이는 4.4m 수준으로 전차선(5.08m)과 터널 등 기존 시설물 개량 없이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도입 예정인 시속 300㎞급 동력분산식 열차의 예상 디자인. 코레일은 ‘철도 경쟁 체제’를 맞아 이 같은 ‘차세대 고속철’ 도입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시속 300㎞급 동력분산식 열차(EMU-300)는 다음 달 초 구매 계약이 완료되면 2020년쯤 도입된다. 현재 운행 중인 KTX는 열차 앞뒤의 동력차에 엔진이 집중된 '동력집중식'인 반면 EMU-300은 엔진이 객차 하부에 분산 배치된 동력분산식이다. 열차 1편성 좌석은 515~549석으로 KTX-산천(363석)보다 월등히 많다. 2편성을 연결할 경우 1098석으로 KTX-산천 3편성보다 더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EMU-300이 최고속도(시속 300㎞)에 이르는 시간은 230초로 KTX-산천(316초)보다 1분 26초 짧다. 코레일 관계자는 "곡선 구간이 많고 역간 거리가 짧은 국내 철도 환경에서는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짧은 동력분산식 차량이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EMU-300의 전기 소비량은 기존 동력집중식 차량의 75% 수준이다. 현재 운행 중인 KTX를 모두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0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엔진이 분산 배치돼 일부 엔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열차가 아예 멈추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대량수송, 속도, 안전, 에너지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고속열차가 도입되면 고속철도 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코레일이 차량 제작기술 향상을 선도해 국내 철도 산업 발전과 세계 시장 진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