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최형우는 삼성의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 등극을 이끈 주역이었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큰 고목처럼 4번 중책을 맡으며 삼성 왕조 시대를 열었다. 201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단다. 최형우는 "2011년 첫 우승했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야구하면서 우승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진짜 기뻤다. 우승이라는 걸 왜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왜 자꾸 하고 싶은지 처음 알게 됐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반면 지난해 정규 시즌 1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형우는 타율 9푼5리(21타수 2안타)로 고개를 떨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에서 뛰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2011년 첫 우승했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야구하면서 우승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진짜 기뻤다. 우승이라는 걸 왜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왜 자꾸 하고 싶은지 처음 알게 됐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반면 작년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도 준우승에 그친 게 두고 두고 아쉬웠다. 4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정말 미안했다. 한국시리즈 전까지 타격감이 아주 좋았는데 한국시리즈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너무 힘들었다. 정말 많이 미안했다.

-이제 삼성을 떠나게 됐다. 그동안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는데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눈에 밟히는 후배가 있다면.

▲후배들에게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계속 챙겨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돼 많이 미안하다. 같은 선수 신분이지만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할때도 많았고 여러가지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이제 자주 볼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 뿐이다. 특히 (박)해민이, (김)상수, (백)상원이가 눈에 밟힌다.

-박해민은 "형우형이 다른 팀으로 가면 목숨걸고 타구를 잡아서 타율을 낮춰주겠다. 다른 팀에 간 걸 후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약 직후 통화했다. 잡을 수 있으면 다 잡으라고 했다. 중견수 방면으로 깔끔하게 넘겨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웃음)

-삼성 타자 가운데 포스트 최형우를 꼽는다면 누구인가.

▲(최)원제와 (황)선도를 꼽고 싶다. (최)원제는 퓨처스에서 오랫동안 준비했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타고난 힘도 좋으니 기회만 보장된다면 잘 할 것이라 본다. 타자 전향 후 자주 전화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황)선도는 방망이를 시원하게 잘 돌린다. 고졸 신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체격도 좋고 컨택 능력 또한 뛰어나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더 열심히 한다면 분명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에서 뛰면서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그동안 팬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 고마운 마음은 늘 간직하겠다. 수많은 팬들 가운데 2008년 재입단 이후 잘하든 못하든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들이 있다. 남자 1명과 여자 4명인데 이 팬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도 연락을 주고 받고 지낸다.

-야구 인생의 굴곡이 심했는데 큰 힘이 됐던 지도자를 꼽는다면.

▲방출 선수 신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회를 주시며 외야수로서 첫 시작을 하게 해주신 김용철 전 경찰 야구단 감독님과 재입단 후 수많은 실수에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주신 선동렬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김한수 감독님은 1군 타격 코치 시절부터 항상 믿어주시고 상황마다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 주셨다. 덕분에 슬럼프 기간을 확 줄일 수 있었다. 때로는 큰 형처럼 흔들리지 않도록 잘 보듬어주셨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내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고 새 출발하게 됐다. 최형우가 바라보는 KIA는 어떤 모습인가.

▲외할머니댁처럼 푸근한 이미지라고 할까. 동료들에게 이야기 들었을때도 비슷한 이미지였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 관계가 좋다고 들었다. 고향팀에 가게 돼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다.

-전주 출신 최형우에게 쌍방울 4번 타자 출신 김기태 감독과의 만남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

▲어릴 적부터 김기태 감독님의 활약을 보면서 항상 동경해왔다. 당대 최고의 좌타자로서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하신 선수였다. 김기태 감독님은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감독님 아닌가. 항상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들었다. 계약 직후 감독님과 통화하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범호, 김주찬 등 또래 선수들이 많아 팀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계약 직후 (이)범호형, (김)주찬이형 등 KIA 선수들과 통화했었다. 다들 반겨주셔서 감사드린다.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들 한 번 해보자고 이야기해주니 나를 진심으로 기다렸다는 느낌이 들어 책임감이 커졌다.

-KIA에서도 등번호 34번을 사용할 것인가.

▲34번을 사용중인 (이)홍구에게 연락을 했으나 통화가 닿지 않았다. 만나서 잘 이야기해보겠다.

-KIA 선수 가운데 윤석민이 가장 반길 것 같다. (최형우는 2011년 이후 윤석민을 상대로 타율 4할6리(32타수 13안타) 5홈런 10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윤)석민이를 빨리 보고 싶다. 그동안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식사도 자주 하면서 가깝게 지내고 싶다.

-사상 첫 FA 100억 시대를 열게 됐는데 부담감은 없는가. 어느 정도 해야 몸값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부담감은 전혀 없다. 단 1%도 없다. 나는 총액 100억원이 아닌 역대 FA 타자 최고 대우보다 조금 더 받았다고 생각한다. KIA에서 나의 꾸준한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고 들었는데 매년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 정도는 하고 싶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평소 하던대로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방출과 재입단를 거쳐 FA 대박까지 터뜨리는 등 성공 스토리를 썼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퓨처스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기 실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장점을 살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기회가 온다. 나는 방출과 재입단을 거쳐 뒤늦게 기회를 얻어 이 자리까지 왔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하다 보면 나처럼 밑바닥까지 가기 전에 기회가 온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늦었다고 생각할때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정말 많이 늦은 나도 말도 안되는 FA를 했다. 늦었다고 생각할때 가장 빠르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