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박계·중립성향 의원들, "탈당 생각 있느냐" 질문에…]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 3선 김용태 의원이 22일 탈당했다. 최순실 국정 농락 사태 이후 첫 탈당자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헌법 가치를 파괴했다"고 했고,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생명이 다했다"고 했다. 앞으로 규모가 문제일 뿐 추가 탈당자도 나올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전후한 시점에 당이 양분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더 탈당하느냐, 분당이 되느냐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이 새누리당이 보수 이념과 가치, 나라를 이끌 비전과 정책, 국민을 설득할 리더십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느냐다. 그렇다고 보는 국민이 너무 많이 줄었다. 이것이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공천 전횡으로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게 지금의 친박 사당화(私黨化)다. 공당(公黨)이라면 천박한 인물들의 국정 농락을 보고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삿대질할 수는 없다. 이 순간에도 친박은 나라보다 대통령, 당보다 계파가 우선이다. 합리(合理)와는 담을 쌓았다. 국민은 이런 정당을 공당이라고 보지 않는다.

보수 정당의 맥을 이어온 정당엔 수없이 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랬다가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라를 만들고 지키고 키워왔다는 자부심을 가진 지지자들 덕분이다. 일시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다가도 결국 돌아가곤 했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이 모습으로 국민 지지가 어느 정도라도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새누리당은 반대하는 사람들에겐 조롱 대상이고 지지했던 사람들에겐 후회와 수치의 대상이다. 지지자들이 부끄러워하는데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친박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의(大義)가 아니라 소리(小利)를 탐하는 사람들이어서 계속 장악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하든 남아 있든 보수 가치와 이념에 동의했던 정치인들은 가짜 보수에 장악된 유일 보수 정당의 미래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가짜 보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나 각오가 없다면 차라리 없어진 뒤에 합리적이고 건강한 보수 정당의 재탄생을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