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옷, 액세서리,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파는 노점 가판대들이 줄지어 늘어선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의 보행로.

14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보행로엔 애완견 옷, 액세서리, 휴대전화 케이스 등을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대로 안쪽으로는 떡볶이나 군밤 등을 파는 포장마차들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계인 강남대로는 서울의 대표 노른자위 상권이다. 주중에도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이라 거리가 사람들로 꽉 찬다. 그동안 강남대로의 보행로와 그 주변엔 불법 노점상들이 난립해 있었고, 서초구 등엔 '노점 때문에 걷기 불편하다''노점에서 나온 쓰레기 악취가 심하다' 등의 주민 민원이 꾸준히 들어왔다.

서울 서초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우선 강남대로 일대에서 영업하는 불법 노점상 43명에게 '20일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대신 이들이 푸드트럭이나 부스형 판매대로 점포 형태를 바꾸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노점 대신 푸드트럭 존(zone)

서초구는 노점이 없어진 강남대로 보행로에 화단이나 벤치 등을 놓을 예정이다. 앞서 강남구는 2008년과 2014년에 강남대로 동쪽 일대에서 장사하는 노점을 철거했고, 보행로에 화분 등을 설치해 노점이 다시 들어서지 못하도록 정비했다.

서초구는 강남역 7~8번, 9~10번 출구 사이 뒷길에 푸드트럭 영업 구역(푸드트럭 15개 영업)을 설치한다. 또 강남대로에 가까운 지오다노 건물 뒷길·서초초등학교 주변에도 푸드트럭 구역(푸드트럭 10개 영업)을 만든다. 이곳에선 기존 강남대로변에서 장사하던 노점상 17명이 푸드트럭 영업을 하게 된다. 남은 노점상들은 고속버스터미널·방배·교대·양재·매헌역 등 역세권에서 푸드트럭이나 부스형 판매대를 설치해 영업할 예정이다. 노점상과 별도로 푸드트럭 자영업자 5명(청년·소외 계층)은 지난 10일부터 9~10번 출구 사이 푸드트럭 구역에서 영업하고 있다. 서초구는 "노점상들과 푸드트럭 자영업자가 강남역 주변 영업 자리를 놓고 싸우지 않도록 1년에 한 번씩 자리 추첨을 할 것"이라고 밝했다.

노점상에 합법 영업 길 열어줘

서초구는 지난 8월부터 11월 초까지 노점상들과 15차례 면담을 하면서 "푸드트럭이나 부스형 판매대로 점포 형태를 바꾸고, 약 50만~200만원의 1년 치 영업료를 내면서 합법적으로 장사하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을 따를 경우 막무가내로 용역 업체를 동원해 노점을 강제 철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강남대로 노점상 43명 중 신원 파악이 안 되는 3명을 제외한 40명은 푸드트럭(24명), 부스형 판매대(16명)로 점포를 바꾸겠다고 신청했다. 20년간 노점에서 핫도그와 햄버거를 팔았다는 김한중(61)씨는 "언제나 강제 철거나 구청 단속을 걱정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노점상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초구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강남대로변에는 '졸속행정 전시행정 즉각 중단하라' 등의 항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노점상 9명(푸드트럭 7명, 부스형 판매대 2명 신청)은 "우리는 신용불량자라 푸드트럭(약 4000만원)이나 부스형 판매대(약 1600만원)를 설치할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초구는 "개인 사업인 푸드트럭에 구 예산을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 "푸드트럭 등을 살 돈이 없는 노점상들에겐 '내년 6월까지 강남대로 인근에서 노점 장사를 하며 트럭이나 부스 비용을 마련하라'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