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이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공연을 준비했다. 데뷔 이래 1천8백 회가 넘는 콘서트를 열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그의 첫 소극장 공연이다. 9회 차 티켓은 1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전석 매진 신화를 이어갔다. 명품 목소리만으로 공연장을 꽉 채우는 역대급 공연을 예고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잠실에서만 만나던 신승훈의 소극장 공연이라니. 궁금하다.

몇십 년간 라는 이름의 대형 공연을 했는데, 그 이름을 내려놓으니까 여러 가지 안 했던 것을 하게 된다. 소통하는 것이 좋아서, 즉흥적으로 갑자기 부르는 노래도 있을 것이고 신청곡도 받게 될 거다. 어떤 노래를 원하실지 모르니까, 악보를 만들어서 간다. 예전에 통기타 들고 아르바이트 했을 때처럼 오랜만에 보면대 놓고 예전 방식으로 할 생각이다.

일반적인 소극장 공연 일수에 비해 9일이 긴 시간은 아니다. 매진으로 원성이 자자하더라.

사실 여러 번 기획을 했었는데, 의리 있는 팬들이 많아서 명수를 다 채우려니 두 달을 해야 하더라. 못 오시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이번엔 아홉 번으로 정했다. 이번 공연이 좋아 맛이 들리게 되면 크게 하는 것과 작게 하는 것을 섞어서 하고 싶다.

9일 공연이면 체력 부담도 상당할 텐데.

예전에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었는데, 이번엔 어쿠스틱으로 준비했다. 체력 관리는, 음 도가니의 힘?(웃음) 공연 전날 어머니가 양손 가득 음식을 챙겨 오신다.

이번 콘서트 팀에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들었다.

17년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다들 교수님들이고 학원 원장님들이고, 얼굴 보면 알 만한 사람들.(웃음) 이번에는 녹음실에서 하는 듯한 집중력으로 하자고 해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자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원래도 잘했지만 더 잘하고 있다.

본인이 감명을 받았던 소극장 공연이 있나?

예전에 본 김광석 소극장 공연이 제일 멋있었다. 기타 하나로 관객을 울리고 웃길 수 있다는 것이 멋있었다. 이번에 하는 공연이 그 (김광석 소극장 공연)만큼 작진 않지만, 최대한 그대로 그때 감정을 살리고 싶다.

신승훈 목소리는 늘 한결같다.

데뷔할 때랑 목소리가 달라지는 것은 프로가 아닌 것 같다.

관리하는 비법이 따로 있나?

싱어송라이터의 비애이기도 하다. 곡을 쓸 때, 괜히 센티멘털해질 때, 가사를 쓰는 버릇 때문에 담배를 많이 피운다. 앨범 녹음할 때는 양을 상당히 줄인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한 번 끊은 적도 있다. 스케일링을 한 이후 한 달 안 피워봤다. 한 달 (금연) 해보니까 내가 안 피우더라? 일단 내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알았으니까, 언젠간 끊겠다 생각하고 있다.

감성도 그렇게 한결같나?

아무리 철 안 들게 살려고 해도 나도 어쩔 수 없이 무뎌지기도 한다. 주사 맞고 찾아오는 것이 사춘기가 아니니까, 어느 순간 이별 가사를 써도 낯이 간지러워서 못 쓰겠다 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 (스타일의 곡)을 10분에 한 곡씩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뭐야 유치하게’ 한다.

작년 22살 연하인 다비치 멤버 강민경과의 열애설이 잠깐 나왔을 때, 모두가 드디어 짝을 찾았다고 기뻐했을 정도로 신승훈은 연예계의 대표적인 싱글남이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 아직도 싱글남의 일상을 지키고 있는 그지만, 많은 싱글남들이 그렇듯 그 역시 본인의 삶을 충분히 즐기며 만족하고 있다.

요즘은 뭐가 재미있나.

인테리어. 집에 액자 하나를 바꿨는데 보기에 좋더라. 어, 무슨 기분이지? 집이 바뀐 기분이지? 주위에서 매일 보고 지겨웠던 것들을 빼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걸 채워 넣는데 그게 기분이 썩 괜찮았다. 요즘 공연 준비를 하면서 중간중간에 인터넷 쇼핑으로 빈티지를 모으고 있다.

또 다른 건?

축음기를 샀다. 지난번 앨범에서 한정판 LP로 나온 게 있는데, 틀어보니 안 어울리더라. 샹송을 듣는다. LP의 지직거리는 소리와 잘 어울리고, 치유가 되더라. 소파에 누워서 25분을 듣고 있는데 ‘내 세대도 아닌데 왜 이리 좋지?’ 한다. 얼굴도 기억 안 나는데. 이브 몽탕(Yves Montand)을 즐겨 듣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축음기 사진을 봤다.

원래 빈티지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경의 변화가 있구나 싶다. 나이가 든 것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좋아지는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쉴 땐 뭐 하나.

쉬는 날 혼자 영화 6편을 본 적도 있다. ‘외로움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면서 보기도 한다.(웃음) 최근에 , 을 보며 울었다. 책도 좋아한다. 류시화 시인의 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시고 집으로 사인된 책을 세 권 보내주셨다. 막연히 몰랐던 사람이 아니라 아는 분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읽으면서 좋더라. 고맙다.

요즘 예능에 나오는 김건모 씨도 그렇고, 연예계 대표 싱글남들은 혼자 생활을 너무 잘한다.

같은 기획사였고, 데뷔도 비슷한 시기라서 많이 비교한다. (방송 보니) 많이 비슷하더라. 자전거도 그렇고 퀵보드도 그렇고. 자동차 타고 다니면서 바빴던 우리들인데 나이를 들어가면서, 시간에 쫓겨 즐기지 못하던 여유를 즐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똑같구나 싶더라. 박수홍이 하는 이야기도 공감을 많이 했다. 다들 나랑 똑같은 생각들을 하는구나.

구체적으로 어떤 말에?

결혼을 안 해서 불효자인 것 같은데 효도를 위해서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는 없는 것 같고, 어머니가 손자를 안고 싶어서 낳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보고 싶어서 낳고 싶다는 말. 듣고 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독거남의 외로움은 없나?

보통 독거남의 외로움 없이, 즐기면서 혼자 잘 보내는 편이다.

결혼해야지. 데뷔 후 첫 스캔들도 있었는데.

20대, 30대가 아니니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만들고 싶긴 하다. 스캔들은 방송에서도 편하게 아니라고 이야기했잖나.

가수, 프로듀싱, 제작 등 다양한 포지션을 하고 있다.

신인 제작을 하고 있다. 방송을 하면서 나 자신이 노래를 부를 때의 희열도 있지만, 코치를 해서 노래를 잘하게 만드는 것에서 느끼는 희열도 크다는 것을 알았다.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축구감독이 좋아하는 게 이런 거였구나, 생각한다. 물론 내 유전자를 받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가장 쉽겠지만, 그러지 못하니까 음악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3년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웃음)

꿈은 다 이루었을 것 같다.

처음 데뷔할 때 이루려고 했던 꿈들은 다 이루었다. 1등 하자, 이런 것들. 처음부터 잘된 케이스라 굉장히 문제가 될 뻔했던 것들이, 내 성격상 ‘이루었으니까 안 할래’가 아니라 ‘꾸준히 할래’로 가고 있다. 한 번도 쉰 적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가수 신승훈과 인간 신승훈, 돌아보니 어떤가.

가수 신승훈은 토닥여줄 만큼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인간 신승훈에게는 상당히 미안하다. 가수 신승훈 때문에 인간 신승훈에게 해주지 못한 게 많다. 곡을 쓰기 위해서, 일부러 처절하게 외로워하려고 쥐어짜고. 못 할 짓 한 거다. 미안하다.

지금부터라도 덜 미안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밥을 많이 사줘야지. 체력까지 떨어지면 너무 미안하니까.(웃음)

앞으로 신승훈의 음악은 어떻게 펼쳐지나.

전공 분야가 슬픈 발라드라서. 경험이 없는데 쥐어짜면서 소설을 쓰는 것보다는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고 싶다. 에로스적인 사랑보다는 힘이 될 수 있는 노래. 나의 팬이었던,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넥타이를 하고 있고, 책임질 가족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1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