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파동'으로 2012 런던올림픽에서 8위를 했던 한국 선수가 졸지에 은메달리스트로 변신할 전망이다. 주인공은 남자 역도 중량급의 간판 김민재(33·경북개발공사)다.

28일 국제역도연맹(IWF) 홈페이지에 따르면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94㎏급 금메달리스트 일리야 일린(카자흐스탄)을 포함해 은·동메달리스트와 4·6· 7·11위 선수 등 이 종목에 출전한 21명 중 7명이 도핑에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린의 경우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딸 당시에도 약물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직했던 땀, 보상받다 - 남자 역도 선수 김민재가 흘린 땀과 노력이 4년 만에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 2012 런던올림픽 때 8위를 했던 그는 다른 선수들이 줄줄이 도핑에 적발되면서 은메달을 승계할 가능성이 생겼다. 런던올림픽에서 힘차게 바벨을 들어 올리는 김민재의 모습.

이들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도핑 근절을 목표로 올림픽 당시 채취한 샘플을 재검사한 결과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

당시 도핑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5위를 했던 사에이드 모하메드 푸어(이란)가 금메달, 그다음 순위인 8위 김민재가 은메달, 9위인 폴란드의 토마슈 지엘린스키가 동메달을 받게 될 것으로 영국 BBC 등 외신은 전했다. 검사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메달 승계까지 절차만 남았다. 도핑 선수는 메달 및 기록이 모두 박탈된다.

김민재는 "런던 대회 당시 헉헉대며 인상 한국 신기록(185㎏)을 세웠는데도 다른 선수들은 비슷한 무게를 너무나 쉽게 들어올렸다"며 "당시엔 '좀 이상하다'는 느낌만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놀랍다"고 했다. 김민재는 용상 세 차례 시기 중 2·3차 시기에서 잇따라 실패하며 최종 8위(합계 395㎏)를 했다.

김민재는 "결과론이지만 두 번 중 한 번만 성공했어도 도핑 선수를 제외하면 금메달 기록이 됐을 것"이라며 "소름 끼친다"고 했다. 한때 은퇴해 5년간 바벨을 놓았던 그는 2007년 현재의 아내이자 역도선수 출신인 이연화씨를 만나 다시 바벨을 들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2011 파리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동메달을 따냈고, 런던에도 나갔다. 무릎 부상 여파로 리우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앞서 한국은 도핑 파문으로 임정화와 장미란이 각각 동메달을 승계받은 일이 있다. 순간적인 힘이 기록을 좌우하는 역도는 약물 유혹에 취약한 종목이다. IOC가 2008 베이징 대회, 2012 런던 대회 샘플을 재검사한 결과 현재까지 98명이 도핑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 가운데 절반쯤이 역도 선수였다.

IWF는 '같은 국가에서 도핑에 적발된 선수가 3명 이상일 경우 해당 국가 선수 전원이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현재 양성반응이 확인된 수십명이 절차를 거쳐 전부 공식 기록이 박탈된다면 러시아와 중국,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역도 최강국'을 포함해 최대 8개 나라가 당분간 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역도계에선 "국제대회가 불가능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리우올림픽 당시 역도 대표팀을 이끈 윤석천 감독은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면 우리도 메달권이 가능한 선수가 많다"며 "이참에 제대로 약물을 뿌리 뽑으면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