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을 만날 때 입은 옷을 제작했던 서울 강남의 의상실에서 재단사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현금을 건네는 CCTV 화면이 TV조선에 의해 26일 공개됐다. 무엇인가 비용을 지불하는 장면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돈이 박 대통령 옷과 관련한 비용이고 최씨 개인 돈이라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을 수 있고, 청와대 예산이라면 최씨가 권한 없이 국고(國庫)를 집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두 가지 경우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TV조선이 입수한 서울 강남의 의상 제작실 CCTV 화면에는 최씨가 유리 탁자에 앉아서 의상 관련 주문서 내지는 청구서로 보이는 서류들을 챙기는 모습이 나온다. 펜을 들고 종이에 뭔가를 적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산하는 듯한 모습도 나온다. 이 화면이 찍힌 시점은 2014년 11월 14일 오후 4시 무렵이다. 최씨는 이어 자신의 가방에서 붉은색 가죽으로 된 장지갑을 꺼내 그 속에 든 현금을 꺼내 화면 속 남성에게 전달했다. 현금은 전부 5만원짜리였고 최씨는 2~3차례에 걸쳐 돈다발을 탁자에 탁탁 친 다음 건넸다. 돈을 받은 남성은 최씨가 돌아간 후 마네킹에 걸려 있는 주황색 코트를 손보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코트는 20여일 후인 2014년 12월 11일 박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입은 것과 모양·색깔이 같다.

최순실(오른쪽)씨가 2014년 11월 14일 서울 강남의 의상 제작실에서 5만원짜리 돈다발을 건네주고 있다. TV조선이 입수한 의상 제작실 CCTV에는 이 남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손보는 장면이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최씨가 건넨 돈이 대통령 의상 관련 대금일 경우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고 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최씨가 자신의 돈으로 대통령 의상 대금을 지불했다면 포괄적 뇌물 공여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금품 수수의 경우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향후 이익을 주고받을 만한 관계에 있다면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는 것이다.

최씨가 개인 돈이 아니라 청와대 예산에서 나온 돈을 줬어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인 최씨가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최씨가 대통령 의상 공급을 대행하기로 국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사이가 아니라면 최씨는 권한 없는 행위를 한 것"이라며 "최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의상 도움을 받아야 했다면 헬스 트레이너 윤전추씨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한 것처럼 최씨도 대통령 의상 담당 직원으로 정식 채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예산 집행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전용 카드를 이용하게 돼 있고 영수증 없는 현금 거래는 일부 특수활동비에서 인정된다"며 "대통령 피복비가 특수활동비에 해당한다 해도 이를 민간인이 집행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 돈을 줘서 최씨에게 계산을 대신하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만큼 최씨와 가깝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절친한 사이는 아니다"고 했던 청와대 해명은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