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밥 딜런의 태도가 이상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기뻐서 펄쩍 뛰어야 되는데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웨덴 한림원이 열 받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한국은 노벨상에 목을 매는데 밥 딜런은 주겠다는데도 바람처럼 초연하다. 총욕불경(寵辱不驚)의 경지는 밥 딜런이 터득한 것 같다.

밥 딜런은 히피들의 찬송가인 'Blowin' in the wind'를 불렀다. '바람만이 알고 있다'는 게 핵심 가사 내용이다. 바람은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를 구성하는 4대(大) 즉 지·수·화·풍 가운데 풍(風)이다. 불(火)은 마음을 상징하지만, 바람은 영혼을 상징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그 작용은 우리가 분명히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불보다 차원 높은 요소를 티베트 불교에서는 바람이라고 본다.

티베트 불교의 밍규르 린포체 스님이 2011년 2월13일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명상수행에 대해 대중법문을 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의 고단자들은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5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갔다. 히피의 철학에는 미국으로 건너간 티베트 불교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로 되어 있다. 티베트 불교 중에서도 흑모파(黑帽派)라 불리는 카규파가 있다. 환생 제도를 확립한 종파이기도 하다. 카규파의 16대 장문인도 미국에 가서 여러 가지 이적(異蹟)을 남겼다. 애리조나주에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비를 내리게 하는 도력을 행사했다. 서양인은 이적을 보여줘야 믿기 때문이다. 장문인이 1981년에 사망할 때도 앉은 자세 그대로 가는 좌탈입망(坐脫入亡)을 보여주었다.

그 카규파에서 유명한 인물이 밍규르 린포체다. 이번 생(生)이 7번째 승려로 환생(還生)한 생이라고 전해진다. 그는 명상이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실험에 참가한 적도 있다. 행복을 느낄 때 나오는 알파파가 보통 사람들의 7~8배에 도달하는 최고 기록을 보유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는 4년 반 동안 구걸하면서 돌아다닌 두타행(頭陀行) 수행자로도 유명하다. 상한 음식 얻어먹고 토사곽란을 일으켜 거의 죽을 뻔도 했다. 거지 생활 중에 체면을 버리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11월 초에 한국에 와서 어떤 파워를 보여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