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한 좌파 단체 회원 10여 명이 "보안수사대를 어린이집으로 바꾸자"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타깃이 된 보안수사대는 이 지하철역에서 1㎞ 떨어진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을 말한다. 홍제동 보안분실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보안분실은 과거 군사 정권 시절 고문·밀실 수사 등으로 공안(公安) 사범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에는 고(故) 김근태 전 국회의원이 군사 정권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당했던 내용을 담은 영화 '남영동 1985'가 나오기도 했다.

보안분실은 테러 위협이나 대남 공작 등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경찰청 보안국이 설치한 곳으로 주로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경찰은 기밀 유지 등 보안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주소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곳에서 수사받은 사람들의 증언과 소문 등을 통해 위치가 일반에 알려졌다.

좌파 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에 "인권 유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보안분실에 경찰 기관임을 알리는 간판을 달고 주소를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 옛 민노당(해산된 통진당의 전신) 의원도 "보안분실을 헐어 주민 복지 시설로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남영동 대공분실은 2005년 폐지되고, '경찰청 남영동 인권센터'로 바뀌었다. 빌라촌에 있는 평범한 건물로 보이는 홍제동 보안분실도 지난 8월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이라는 간판을 내건 이후 위치가 공개됐고, 이후 좌파 단체의 표적이 됐다.

경찰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경찰이 고문이나 밀실 수사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는데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보안분실이 동네북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