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對韓) '확장 억제' 공약을 제도화하고 유사시 이를 신속히 집행할 '고위급(차관) 한·미 외교·국방 전략 협의체'(EDSCG)가 설치된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전술 핵무기를 공동 관리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시 한·미의 외교·국방 고위 당국자들이 동수(同數)로 참여하는 협의체가 즉각 소집돼 한반도에 전개될 미 전략 자산의 유형·규모·전개 방식 등을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미는 19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는 등 미국 확장 억제 공약의 신뢰도와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집중 논의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지금까지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 자산의 전개는 미국 주도로 결정됐다. 한미연합사령부와 우리 합동참모본부 간에 1차 합의한 내용이 미국 정부에 전달돼 최종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가 적었고, 결정 과정도 지연돼 대북 압박 효과가 반감됐다.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 나흘 뒤 괌에서 출격한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경우 비무장 상태로 날아와 30~40분간 한반도 상공에 머물다 돌아가 '에어쇼' '일회성 시위'란 빈축을 샀다.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 2)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병세(왼쪽에서 첫째) 외교부 장관과 한민구(왼쪽에서 둘째) 국방장관이 18일(현지 시각) 워싱턴 시내 6·25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참배한 뒤 참전 용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란?]

[미국은 어떤 나라?]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확장 억제가 이런 수준이라면 한국 국민은 실망과 불안을 느끼고,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에 압박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협의체 신설에 미온적이던 미국을 설득했다"며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미국과 공동 관리하는 나토식 모델을 지향한다"고 했다.

우리 외교·국방 당국은 이 협의체를 통해 미국의 특정한 전략 자산을 한반도와 그 주변에 순환 또는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고위급 협의체를 통해 미 전략 자산(전략폭격기와 최신 전투기)의 순환 또는 상시 배치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환 배치가 실현되면 사실상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전략 자산으로는 전략폭격기와 핵 잠수함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확장 억제 공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는 20일 워싱턴에서 양국 국방장관 참석하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회의(SCM)에서 보다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날 '2+2 회의'에서 양측은 확장 억제 이슈 외에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 각국의 독자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각 부문에 가해진 압박, 최근 잇따른 고위급 탈북이 김정은 체제의 내구력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미 국무부 동아태국은 17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조지프 윤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가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및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로 워싱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한국계인 윤 특별대표는 역시 한국계인 성 김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후임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윤 특별대표는 초등학교 때인 196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갔다. 영국 웨일스대와 런던정경대 대학원을 나와 1985년 외교관이 됐다. 한국·태국·프랑스·인도네시아·홍콩·말레이시아 등을 거친 '아시아통'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과 정무공사로 근무해 한국에 지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