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쓰나미(지진해일)와 같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78)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4차 산업혁명 이후 사법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키워드 정보] 3차 산업혁명이란?]

대법원이 개최한 '2016 국제법률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18일 대법원과 국회에서 가진 특별 대담에서 한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융합해 인류의 생활수준을 발전시킬 것이란 개념으로 슈밥 회장이 처음으로 제시한 용어다.

슈밥 회장은 "이전 1·2·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그 변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면서 "1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굉장히 큰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다"고 했다. 슈밥 회장은 그러면서 "자율 주행차만 봐도 불과 1년 전 전문가들이 '2030년은 돼야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저는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율 주행차를 탔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와 의회, 사법부가 쓰나미처럼 닥치고 있는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이 탄생해도 정부의 관련 제도는 수십년이 지나서야 만들어지고, 입법도 수십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일반 국민과 사법부도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노화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에서 더 잘 수용될 수 있는데 한국은 노령 인구가 많고 출산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이민(수용 정책)을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 속도"라며 "한국의 경우에도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기업)가 느리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財閥)에 대해선 "한국 산업 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는 만큼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며 "재벌은 거대한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 조합으로 네트워크화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대담에서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법조인과 일반 행정, 세무사, 보험설계사 같은 직업은 향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지만 드론 조종사나 로봇 청소업 등의 새 직업과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선진국과 빈곤국 간의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기술 혁신으로 비용 절감이 이뤄지면 현재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전 세계 40억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래 사회는 좌파와 우파로 갈리지 않고, 기술 변화를 수용하는 개방파와 이를 거부하는 폐쇄파로 갈릴 것"이라며 "(기술) 낙관론자인 제가 보기엔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선 정부와 의회, 기업, 사법부가 함께하는 센터를 만들어 기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한 유럽 국가수반의 요청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CEO와 면담을 주선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당시 그 국가수반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일부를 빼고는 다 허용이 되고, 다른 나라에선 일부를 제외하곤 다 허용되지 않는 게 차이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다보스포럼 창립자 슈밥, 해마다 세계에 화두 던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78) 회장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창립자로, 현재 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1971년부터 각국 정상과 기업인·경제학자들이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세계 경제 등에 대해 토론하는 민간회의다.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곧 전 세계의 화두(話頭)'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최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인류의 생활수준이 향상될 것이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슈밥 회장이다.

독일 태생의 슈밥 회장은 공학·경제학·행정학을 전공했다. 그는 1971년 미국 유학 직후 미국식 경영 기법을 배우자는 취지에서 유럽 각 지역에서 444명의 경영인을 모아 공부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다보스포럼의 모체가 된 '유럽경영포럼(EMF)'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