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 이행 거부가 무죄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 김영식)는 18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B씨 등 2명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군 면제 사유가 다양한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여기에 포함된다"며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특혜 요구가 아닌 종교적 양심에 의한 의무 부담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날 판결에서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행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왔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 이행을 거부한 남성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5723명으로, 이 중 5215명이 처벌 받았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 전까지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로 번복됐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2004년과 2011년 해당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또 다시 헌법소원을 내 헌재가 이를 다시 심리 중이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여론 수렴을 위해 공개 변론을 열었으며, 빠른 시일 내 위헌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