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백신을 개발해 간질환 퇴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서울대 의대 내과 김정룡(82) 명예교수가 11일 별세했다. 고인은 최근 식도암 투병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간 박사'로 불린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간염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가 간 연구에 뛰어든 1970년대 B형 간염 보균자는 국민 10명 중 1명꼴이었다. 그는 1971년 B형 간염 항원을 분리해낸 데 이어 1977년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83년 국산 B형 간염 예방백신 '헤파박스'가 시판됐다. 이 백신은 외국 제품보다 값이 약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효능이 우수해 보건 경제적 측면에서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예방백신이 보급되면서 B형 간염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간경화, 간암 환자도 줄이어 감소했다. 현재 30대 이전 인구의 B형 간염 보균율은 0.5%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교수는 생전에 "B형 간염을 퇴치하는 데 공헌했다는 것이 평생을 간 연구에 바친 의사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201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김 교수는 1984년 '간 연구소'를 설립해 국가에 기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백신 로열티로 받은 사재 32억원과 각종 기부금 등 50여억원이 쓰였다. 고인이 한창 간 박사로 유명세를 타던 1970~1999년에는 1년 이상 진료를 기다리는 예약 환자가 1만5390명이라는 국내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13일 오전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