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화체육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는 작년 11월 자체 회의에서 있었던 박병원 위원(현 경총회장)의 발언을 통째로 삭제한 뒤에 회의록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 제출했다.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이기도 했던 박 회장은 미르재단 모금과 관련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서" "기가 막힌 일" 같은 발언을 했고 그 사실이 회의록 원본에 남아 있었다. 정부 위원회와 기업에 동시에 몸담고 있던 사람의 증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위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걸 통째로 들어낸 뒤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고선 문제가 되자 "여담이라서 뺐다"고 했다. 이 상식 밖 해명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상근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각각 9212만원과 6940만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름도 생소한 재단들이 어떤 일을 하길래 이렇게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권력 입김으로 800억원 가까이 모인 대기업 돈이 방만하게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 모든 것이 정치 공세라는 식이다. 당내 일부에서 '지나치다'는 자성론이 있지만 당 지도부는 꿈쩍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르재단 의혹의 핵심인 최순실·차은택씨 국정감사 증인 채택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 두 사람은 물론 재단 관계자들은 단 한 사람도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1일에는 미르재단 국감 증인 논란 맞불용으로 정세균 국회의장 부인 국감 증인 채택을 주장했다. 부인이 백화점 VIP 카드를 보유한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상식을 벗어났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800억 가까운 돈이 모였다. 최순실씨 단골 스포츠 마사지센터 운영자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이 됐고 재단 사무실들과 마사지센터, 최씨 집, 박근혜 대통령 사저는 다 한곳에 모여 있다. '문화계 황태자'라는 차은택씨는 재단 이사진을 추천하고 곳곳에서 국가 예산을 쉽게 타냈다. 그렇다면 국민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으니 책임 있는 사람이 적절한 설명을 해야 한다. 지금 정부·여당의 모습은 국회 무시가 아니라 국민 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