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닥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인구절벽. 국가 인구 통계 그래프에서 볼 때 어린이·청소년의 유년층의 그 수가 절벽과 같이 떨어지는 모양을 비유한 말이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빠르게 진입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미래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인구절벽'이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사망자 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저출산·고령화와 젊은 층의 유출로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30% 이상이 소멸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에게 의뢰해 발표한 '한국의 지방 소멸 위험 지역 현황'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226곳 가운데 경북 의성군 등 84곳(37.2%)은 올 7월 말 현재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인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 '지방 소멸' 위험에 든 것으로 집계됐다.

저출산을 겪는 일본에서 유래한 '지방 소멸' 개념은 지역 내 신생아 증가 가능성이 미미한 상태로 한 세대(30년)가 지나면 기존 인구가 급격히 줄어 해당 지역 내 산업 및 생활 기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소멸' 위험 지자체 수는 2014년 79곳, 2015년 80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저출산·고령화로 30년 후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자체 1위]

['인구 자연감소' 도미노 시작됐다]

일할 사람이 없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를 3704만명(추정)으로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할 인구가 늘게 되는 것이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로 접어들고,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시작된다.

생산인구 비중이 하락하면 부양인구가 증가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미래세대는 더욱 무거운 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멀리 보지 않아도 일본이 그랬다.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은 1992년부터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1980년대 10% 안팎이었던 일본의 명목성장률은 10년 후 5%대 아래로 추락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쳐 현재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의 3.1%에서 10년여 뒤인 2026~2030년은 1.8%로 하락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생산성으로 구성되는데, KDI는 노동의 감소가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도 생산 가능한 인구(15~64세)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인구 오너스 시기에 진입한 국가는 구조적 소비 부진으로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향후 20년간 GDP 3%대 유지하려면 노동생산성 5%대로 높여야"]

["선진국도 저출산 문제 있지만 한국은 너무 심각"]

"이민으로 극복하자" 전 세계의 '인구 쟁탈전'

2015년 11월, 정부는 인구절벽에 대응해 이민·외국인·다문화 정책 등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외국인정책위원회,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 등을 통합해 일관적이고 효과적인 외국인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단순노동자 등 비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도입 규모를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사업주에게 고용부담금을 청구하여 관리 및 체류비용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유학비자 체계를 개편하는 등 해외 우수인력의 국내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국내에서 자체적인 생산가능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어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외국에서 인력자원을 끌어오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프랑스 총인구 증가는 24만6400명으로, 이 중 자연 증가는 20만600명이었다. 반면 영국의 총인구는 프랑스의 2배가 넘는 57만4100명이 늘었는데, 자연 증가는 17만440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이민자다.

영국 현지 외교 소식통은 "영국 실업률은 5% 안팎으로 프랑스의 절반밖에 안 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 일자리를 좇아 이민자들이 대거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도 영국 이민을 부채질했다.

[이주민이 바꾼 유럽 인구지도… 영국 인구, 프랑스 턱밑 추격]

영국은 앞으로도 유럽 인구 판세를 뒤흔들 주역이다. 영국에선 "앞으로 10년 내 영국 인구가 프랑스를 재역전할 것"이라고 본다. 유럽연합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2030년 영국 인구가 프랑스를 추월한 뒤 2050년엔 독일까지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처럼 난민 위주인 경우, 인구 증가 효과가 일시적이고 정세 안정에 따라 모국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영국처럼 이민 위주일 때는 자녀 출산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난민을 적극 수용하는 국가는 인구 늘고, 아닌 국가는 줄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정착 유도가 미국의 경제적 부흥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민자 출신 부모를 둔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은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소'이며 "이민과 난민은 미국에 활력을 준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미국의 혁신가 중 이민자 출신 비율을 보면, 전체의 46%가 이민 1세대들이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이민자였다. 다시 말해 현재 미국의 혁신을 이끄는 이들의 절반가량이 이민자거나 이민자의 자식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출신국은 유럽(35.4%), 인도 (21.5%), 중국(17.1%)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미국 내 외국 출신 유학생 수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미국으로 유출된 인력을 되돌려 오거나, 외국의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우리나라로 유입하기 위한 이민정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 이민에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꼽히는 일본도 인구절벽을 못 이기고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8월 "이민허용에 둔감했던 일본이 최근 울상을 지으며 조금씩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은퇴 인구가 급증하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이민 허용 건수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일본 "외국인 노동자 수용… 한국처럼 가야하나"]

일본 전체 기업 중 83%가 인력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최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3국 출신의 병간호복지사들에 가정방문 도우미 자격을 허용하는 비자발급 완화조치를 추진 중이다. 영주권 취득을 위한 의무 거주기간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낮추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정책효과가 여전히 미미하며 향후 50년간 1000만명의 노동을 위한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으로의 '인구정책'은 어떻게…

생산가능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민정책을 실행해야만 한다면, 사회 전반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캐나다 정부는 2008년부터 이민자의 65%를 '자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이민자'로 선별 수용하는 이민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급인력 및 특수기술인력 중심으로 자격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통하여 이민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민자가 실제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산가능인구로 정착된다.

현재 이민 정책에 관심을 가진 한국 정부가 단순히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경제 측면에서의 실효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다. 따라서 이민자를 수용하는 데 있어 국내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인력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민자의 비율을 늘려 결과적으로 국내 생산인구증가와 생산성 향상에 직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사례처럼 '우수 과학기술 이민자'를 흡수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과학기술 우수 인력을 위한 경제적, 사회문화적, 제도적 유인책 설계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투자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지속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시리아 난민, 웰컴"… 공항 마중 나간 캐나다 총리]

캐나다 정부가 이민자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던 건 정부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이민자를 지원하는 데 책임과 부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수용과정에서도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정부 60%, 민간 40%의 비율로 나누어 지원하는 형태를 보였다. 국민 전체적으로도 이민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데 동조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경제구조와 폐쇄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이민자의 정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본은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범부처 종합대책을 세우고 이민자를 위해 영주권 제도를 개편하기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에 가까웠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에도 일본계 브라질인들에 대한 이민권장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외국인차별과 배타적 문화로 금세 수그러든 바 있다. 민족주의와 지역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미국이나 유럽 모두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었다. 어느 사회건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민자들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은 흑백 갈등이나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사회적인 문제로 남아 있으며, 유럽 또한 많은 국가가 오랫동안 이민자와의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민정책이 인구절벽의 대안이라면,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철저한 대책과 꾸준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한국의 문화에 일방적으로 동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심을 두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