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과 탕웨이싱(唐韋星) 간의 '바둑 올림픽' 마지막 결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제8회 잉창치배 결승 5번기의 현재 스코어는 1대1. 22일부터 상하이(上海) 잉씨기금회 건물서 펼쳐질 이번 3~5국이 끝나면 바둑계 최고 상금 40만달러(약 4억4000만원)의 임자가 결정된다. 국내 팬들은 박정환이 23세 동갑내기 중국 청년과의 경쟁서 승리, 우승컵을 안고 개선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우리 바둑계의 기대 시선에서 바라본 '박정환이 우승해야 할 7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잉씨배는 그동안 거의 한국 기사들의 '세습 기전'에 가까웠다.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최철한 등이 대를 이어 4년씩 '재임'하며 세계 바둑을 이끌어왔다. 한국이 대회 7번 중 5번을 석권하는 사이 바둑 위상은 높아졌고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제 다시 한국 기사가 잉씨배를 되찾고 바둑계 재건에 앞장서라는 게 하늘의 뜻은 아닐까.

지난달 10일 베이징서 열린 결승 1국 종료 후 계가 중인 박정환(왼쪽)과 탕웨이싱. 박정환은 이 판을 이겼으나 이틀 뒤 2국서 시간 초과 벌점으로 패배, 1대1 타이를 허용했다.

둘째, 박정환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바둑의 간판이지만 오랫동안 '내치(內治)'에 주력하느라 세계 무대에선 단 2회 우승에 그쳤다. 커제가 동시 보유 중인 타이틀 수(3개)보다도 적다. 지난주 삼성화재배서 8강에 머문 박정환에겐 더 물러날 곳이 없다. 이세돌이 이번 잉씨배 준결승서 후배 박정환에게 결승행 길을 양보(?)한 것도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것만 같다.

셋째, 탕웨이싱은 객관적 지표를 놓고 박정환과 비교할 때 '하수'다. 그의 중국 랭킹은 고작 16위로 35개월 연속 한국 1위 박정환과는 '체급'이 다르다. 1위는 근처에도 못 가봤다. 세계 대회 우승 경험도 한 번뿐으로 박정환의 절반이고, 박정환과의 상대 전적 역시 4대5로 뒤져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승 시상대엔 박정환이 올라가야 어울린다.

넷째, 현 메이저급 세계 타이틀 분포는 중국 5개, 한국 1개다. 한국이 현재 보유한 기전은 강동윤이 갖고 있는 LG배 하나뿐이다. 이번 잉씨배는 한국 바둑이 자칫 무관(無冠)으로 전락할 위기를 미리 피할 천재일우의 기회다. 박정환의 두 어깨엔 개인의 영예뿐 아니라 세계 바둑의 균형 발전이란 거창한 과제까지 걸려 있는 셈이다.

다섯째, 우승의 특정 국가 편중은 우승 상금의 편중을 의미한다. 한국은 2010년 이전까지 10여 년 동안 주요 국제 행사를 완전히 휩쓸었지만, 최근 3~4년 사이 중국과의 바둑 상금 경쟁에선 '역조(逆調)'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잉씨배는 특히 최고 상금이 걸린 대회다. 거액 외화 앞에서 박정환의 '애국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여섯째, 결승까지 올라온 과정을 비교해 봐도 박정환이 우승하는 게 순리다. 박정환은 세계 최정상이라는 커제를 준준결승서 꺾었다. 뒤이어 준결승에선 당대 최고 승부사로 꼽히는 이세돌을 뛰어넘었다. 물론 탕웨이싱이 결승행 과정에서 꺾은 김지석이나 스웨도 뛰어난 기사임엔 분명하지만 중량감에서 좀 차이가 있다.

일곱째, 잉씨배는 지금까지 '결승전 재수생(再修生)'에게 우호적이었다. 5회 대회 우승자 창하오(常昊), 6회 챔프 최철한은 모두 전기(前期) 때 준우승 후 4년간 절치부심 끝에 왕관을 썼다. 2012년 7회 대회 결승서 세 살 연하 판팅위(范廷钰)에게 1대3으로 패하고 아쉬움의 눈물을 뿌렸던 박정환에게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