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학분야 노벨상 3년 연속 배출]

71세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과학 노벨상 수상자를 22명 배출하게 됐다. 우리와 일본은 과학 연구 역사가 다르다. 그러나 한국은 GDP 가운데 연구 개발비 비중이 4.15%(2013년)로 G20 국가 가운데 1위다. 그런데도 과학 노벨상 수상 '0'이라는 건 과학계 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과학자 40명이 지난달 23일 'R&D 예산은 늘고 있지만 기초 연구는 위축되고 있다'면서 '(정책 결정자들이 내려보내는 과제가 아니라) 연구자가 직접 제안한 기초 연구에 지원을 늘리라'고 공개 청원했다. 수일 만에 과학자 수백 명이 동조했다. 서울대 자연대의 연구 경쟁력을 진단한 해외 석학 12명은 지난 2월 '모험적 연구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느라 기존 연구를 답습하는 추종 연구(me-too science)에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7월엔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한국은 선진국을 모방해 개량할 줄은 알지만 개념을 새롭게 할 최초 설계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과학자들은 공무원들이 연구 주제를 정해주는 톱다운 방식 연구 개발비 배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무원들이 과학 기술 흐름을 잘 알 리가 없는 데다 부처 간 경쟁으로 중복 투자도 벌어진다. 과학계는 지원금 배분을 놓고 사분오열돼 있다. 결국 정부 지원금은 2~3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를 골라 골고루 분산 투자 하게 된다. 모험적 주제를 찾아 도전하기보다는 남들이 열어놓은 분야에 올라타 부스러기 연구 실적을 학술지에 발표해 계량적 성과나 입증하는 연구들만 양산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국가 R&D 사업의 성공률이 82%(2012년 기준)로 세계 최고이지만 이 기술들이 사업화되는 비율은 채 20%도 되지 않는다.

미국(353명)에 이어 노벨상 수상자를 125명 배출한 영국의 '분자생물학실험실(LMB)'은 우리로 치면 중간 규모 정부 출연 연구소에 해당한다. 1962년 창립 이래 여기서 노벨상 수상자가 13명 나왔다. 55년 역사에서 지금 소장이 5대째다. 책임자 임기가 보통 10년을 넘는 것이다. 정부는 5년 단위로 예산을 주고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지난 3월 정부는 알파고-이세돌 바둑 경기 후 1주일도 안 지나 '1조원을 인공지능 연구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유행을 좇고 '녹색 성장' '창조 경제' 등 정권 구호에 발 맞추는 R&D 투자를 갖고는 인류 미래를 혁신할 창의적 연구가 나오기 어렵다. 과학 기술의 거시적 흐름에 대한 통찰력, 젊은 인재를 가려내는 안목, 연구비를 공정하게 관리할 신망을 갖춘 과학 리더십부터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