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지난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파업 사흘 만인 29일 오후 6시 파업을 끝냈다. 서울시는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과 노사 집단교섭을 벌인 결과,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성과연봉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며 "파업을 진행 중인 코레일과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30일부터 정상 운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저성과자 해고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기로 노사가 합의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종료됐지만 정부가 주도해온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서울시가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성과연봉제 도입 보류한 서울시

개인이나 팀의 실적을 급여와 승진에 연계시키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정부가 공공 부문 개혁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이다. 일부 기관에선 노조 동의를 받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도입할 정도로 속도를 냈다. 그 결과 120개 중앙 정부 산하 공기업들이 100%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지방 공사와 공단 143곳 중 서울시 산하 5곳과 대전시 한 곳을 제외한 137곳 역시 도입을 완료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산하 5개 공기업엔 노조와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보류를 선언한 것이다.

29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공공운수노조원 약 3만6000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조상수(사진 중앙 인물 중 왼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과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방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최종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행자부의 경영평가 불이익과 임금 동결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노동 전문가 A씨는 "해당 공기업의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당장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박원순 시장과 노조 지도부가 정치적인 야합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겠다는 결정이 성과연봉제를 아예 도입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고 했지만 정부는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야당 시장 지자체에서도 노조가 반대할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이 보류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철도 노조 파업 장기화할 수도"

서울 지하철 노조와 연대 파업을 벌였던 철도 노조와 부산 지하철 노조는 이날 사흘째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을 이어갔다. 철도 노조는 이날 조합원의 40.7%(7082명)가 파업에 참여했고 47명이 복귀했다. 부산 지하철 노조의 파업 참여율은 51%(1635명), 복귀자는 114명이었다. 근로복지공단 노조 등이 소속된 공공연맹 조합원 1만명은 이날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에 동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접으면서 전체 파업 동력은 줄었다"면서도 "서울시와 서울 지하철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보류 선례를 남긴 상황이라 철도 노조 등의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이날 물류·여객에 대한 비상 수송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에는 ▲화물열차 추가 운영 ▲대체 수송 차량에 대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군 위탁 화물차 100대 투입 등 내용이 담겼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은 "화물열차의 경우 평시 운행률의 30%까지 감축돼 물자 수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파업이 지속되면 국가 수송 체계가 마비되는 등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