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이 기부해 준 1호 나무가 밑거름이 돼 중국 쿠부치 사막에 '녹색장성(長城)'이 생겼습니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콘퍼런스빌딩 1층 홀. '지구 살리기 그린코어' 전시회 개회식에서 권병현(78) 미래숲 대표는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의 손을 꼭 잡았다.

'지구를 살리자, 토지를 살리자'라는 주제로 오는 10월 6일까지 진행되는 전시회에는 한국의 사막화 방지 시민단체인 미래숲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쿠부치 사막에서 지난 10년간 84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사막을 생명의 땅으로 돌려놓은 기록이 영상에 담겨 전시된다.

2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지구 살리기 그린코어 전시회’개회식에서 반기문(오른쪽) 유엔 사무총장과 권병현(가운데) 미래숲 대표, 오준(왼쪽) 주(駐)유엔 한국대표부 대사가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중국 쿠부치 사막의 조림 1년 차(위), 6년 차(아래) 풍경.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어떤 인물?]

전시장의 8개 모니터에는 모래 먼지 날리는 황량한 사막의 나무 심기 전 장면, 나무 심은 지 1년이 지났을 때 작대기만 남은 듯한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 사투하는 장면, 그리고 나무 심은 지 6년이 지났을 때 푸른 잎 풍성한 숲의 모습을 갖춘 장면이 교대로 등장했다. 16㎞에 달하는 '녹색장성'이 형성된 장면은 그곳이 10년 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이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게 했다.

이날 개회식의 주인공은 두 명의 한국인이었다. 지난해 말 세계 196개국이 온실가스 줄이기에 합의토록 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이끌어 낸 반 총장이 정책 입안자라면, 사막에 녹색장성을 세운 권병현 대표는 실천가였다. 반 총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8억명이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물 부족, 가뭄 등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고 세계 절반 이상의 농지가 황폐화되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쿠부치 사막 조림사업을 시작할 때 1호 나무를 기증하고 기부금까지 지원해준 반 총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권 대표는 초대 주중(駐中) 대사를 지냈다. 1992년 한·중 수교 때부터 깊이 참여한 중국통인 권 대표는 1998년 주중 대사로 있을 때부터 '녹색장성'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퇴임 후 미래숲을 만들고 매년 100여 명의 자원봉사 청년을 모집해 나무를 심어왔다.

권 대표는 "사막에 나무 심는 것은 보통 땅에 심는 것과 차원이 다른 힘든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나뭇잎이 썩어 유기질이 살아나고, 미생물이 생기고, 미생물을 먹는 벌레가 생기고, 그걸 잡는 새가 찾아오는 식으로 자연의 순환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가 세계 사람들에게 그런 희망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전시회에서는 녹색장성의 형성 과정 외에 민경갑, 김호득, 야나기 유키노리(일본), 우고 론디노네(스위스), 추안핑(중국) 등 국내외 정상급 회화 작가의 그림 44점과 마르신 본다로비츠(폴란드), 이원수 등 캐리커처·카툰 작가의 그림 29점, 한국 청소년의 지구 살리기 우수작 17점 등을 촬영해 만든 영상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