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영장 기각… 롯데 비리 수사, 사실상 마무리]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1750억원 배임·횡령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신 회장은 지난 10년간 친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을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500억원대 급여를 지급한 혐의(횡령)를 받아왔다.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계열사 주식을 다른 계열사들로 하여금 비싸게 사도록 해 1250억원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법리상 다툼의 여지를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롯데의 탈세 혐의를 밝혀내는 등 일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로 롯데 일가(一家)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40명을 동원해 롯데그룹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하고 세 부서 검사 20명을 투입해 넉 달가량 수사해 밝혀낸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 착수 때 "비자금 조성 등 횡령 수백억원과 배임을 포함해 3000억원 비리 혐의가 있다"고 했다. 뭔가 확실한 증거를 잡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업 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비자금이 결국 나오지 않았다. 횡령 혐의를 적용한 500억원대 급여 지급은 검찰이 수사할 필요도 없이 공개된 자료만 갖고도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기업이 관행적으로 해온 편법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신동주씨 등이 급여로 지급받은 돈을 신동빈 회장 횡령으로 볼 수 있느냐는 재판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오래 내사(內査)했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끝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속전속결은커녕 날이 갈수록 수사 초점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 됐다. 그 결과 신 회장, 계열사 전·현직 사장 등 9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중 6명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 그룹 관계자 390명을 조사하고 마치 융단폭격을 가하듯 전방위로 수사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이번 수사는 여당의 선거 참패로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 시작됐다. 홍만표·진경준 두 전·현직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정(司正) 분위기를 만들려는 수사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그런데 재계 5위의 대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가 왜 했는지도 모를 정도의 결과를 내고 끝났다. 과연 수사 동기가 순수했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자원 비리 수사는 사실상 아무 결과 없이 한 사람의 자살만 불렀다. 무려 8개월을 끌었던 포스코 전면 수사도 지엽적인 전(前) 경영진 개인 비리만 들추고 끝났다. 며칠 전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영장도 기각됐다. 수사 능력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에 의도를 가진 과잉 수사였는지, 과잉 수사라면 그것이 반복되는 까닭이 뭔지 모두 궁금해한다. 검찰 스스로 물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