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을 조른 중년 남성이 쓰러져 있습니다. 도움 부탁합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20분쯤 인천 남동구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 '따르릉~' 벨소리와 함께 수화기 너머로 경찰의 다급한 도움 요청이 들려왔다. 이날 센터에 있던 배미남(34) 팀장과 류수정(27) 정신보건 전문요원이 서둘러 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김현석(가명·55)씨를 찾은 배 팀장이 "왜 그러셨어요" 하고 조심스레 묻는다. "배고파서…. 사는 게 재미도 없고." 김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지난 24일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을 돕는 예방센터 직원들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오후 첫 출동에서 만난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배 팀장은 "다시 자살을 기도할 위험성이 커서 응급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방센터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위험이 큰 이들에겐 병원에 72시간 입원시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응급 입원 절차를 진행하며 담당할 정신과 의사를 기다리는 중에도 예방센터 직원들은 "아내는 없으세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하고 계속 말을 건넸다. "(아내가) 있지.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려. 교회에서 만났는데…." 따뜻한 말이 오가며 마음이 풀어진 김씨는 그제야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도 살고 싶지…." 도착한 의사에게 김씨를 부탁한 뒤 돌아서려는 예방센터 요원들을 향해 김씨가 "고맙습니다" 하고는 경례를 했다.

출동할 때마다 감사 인사를 받는 건 아니었다. 이날 오후 6시쯤엔 인천의 한 대형 병원에서 "자살 기도자 두 명이 응급실로 실려왔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약물을 과다 복용한 이미선(가명·80)씨와 박기훈(가명·45)씨였다. 응급실에 예방센터 직원이 도착하자 이씨의 딸이 울먹였다. "우리 엄마가 이럴 줄 몰랐는데, 어쩌면 좋아요." 박씨의 아내는 "우리 남편 자살 기도한 거 아니야. 당신들 왜 왔어"라며 화를 냈다. 상담센터를 연결해주는 등 분주했던 예방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후 8시 넘어서야 저녁밥을 먹었다.

현장 출동을 하지 않아도 전화 상담이 이어졌다. 류 요원은 이날 하루 10통 넘게 전화를 걸어올 때도 있다는 5년 '단골' 이형직(가명·50)씨 전화를 받았다. "날씨가 좋지요. 밖에 나가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좀 좋아지시지 않을까요." 류 요원은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적 있다"면서 "따뜻한 말 상대를 해 드리는 것으로라도 마음의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루 37명… '자살 공화국'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5명으로, 14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2014년(27.3명)보다 약간 줄기는 했지만 2005년(24.7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513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37명이 자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연간 6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설명이다.

심리 부검, 자살 시도자에 대한 상담 지원 등과 같은 자살률 감소 정책도 시행 중이지만, 현장에선 예방센터 직원들과 같은 현장 실무자들의 역할이 크다는 게 보건 당국 설명이다. 작년 자살예방센터 등 전국 224개 기관에서 받은 상담 전화만 모두 합치면 30만건에 이른다. 자살 관련 상담이 필요하거나 주변에 자살 기도가 의심되는 상황이 보이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를 이용하면 된다.

24일 동행 취재한 인천 예방센터에는 이날 상담 전화 40여 건이 걸려왔다. 긴급 출동은 다섯 차례 나갔다. "자살 예방 업무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배 팀장은 "보람이 없으면 이 일 못 하죠. 사람 살리는 일인데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