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국립 흑인역사박물관' 개관식 현장. 행사에 참석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근처에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등을 쿡 찔렀다.

부시 감싸안은 미셸… 원래 이렇게 친했나? - 24일(현지 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립 흑인역사박물관 개관식에서 함께 자리한 버락 오바마(맨 오른쪽) 대통령·미셸 오바마(오른쪽에서 둘째) 부부와 조지 부시(왼쪽에서 둘째) 전 대통령·로라 부시(맨 왼쪽) 부부.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이 박물관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항로를 정할 기회를 준다”고 했다.

참석자들과 열심히 악수를 하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이 뒤를 돌아보자 부시 전 대통령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마트폰을 받아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한 흑인 가족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CNN방송은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가 됐다"고 했고, 주간지 타임은 "대통령들도 우리와 똑같다"고 보도했다.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장면은 SNS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날 흑인역사박물관이 문을 연 것은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흑인 노병들이 1915년 "우리 역사를 기릴 박물관을 지어달라"고 요청한 지 100여 년 만의 일이다. 1998년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면서 건립이 추진됐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조던 등 유명 인사들이 거액을 기부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지난 2012년에 첫 삽을 떴다.

부시 사진 찍어주는 오바마 - 24일(현지 시각) 흑인역사박물관 개관식에서 오바마(맨 왼쪽)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한 흑인 가족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흑인의 역사는 지금보다 더 자주 얘기해야 할 영광의 역사"라며 "우리(흑인)는 미국의 짐이나 오점이 아니고, 동정과 자선의 대상도 아니다. 우리가 바로 미국이다"고 했다. 부시 전 대통령도 "위대한 나라는 역사를 감추지 않는다. 항상 결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바로잡는다"고 강조했다.

이 박물관에는 물품 약 3500건이 전시된다. 여성 노예해방운동가로 노예 700여 명을 탈출시켜 최근 20달러 지폐 앞면 모델로 선정된 해리엇 터브먼의 숄,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민권 운동에 불을 붙인 로사 파크스의 드레스, 백인우월주의단체 'KKK'의 의상 등이다. 무하마드 알리의 복싱 글러브, 칼 루이스의 육상화 등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워싱턴DC 중심부인 내셔널 몰에 자리를 잡았다. 디자인은 탄자니아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