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수능 성적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통해 학생을 뽑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하 학종)'이 매년 크게 증가해 대학 입시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 12곳이 학종으로 뽑는 신입생 비율은 2017학년도 34%에서 2018학년도에는 44%까지 늘어난다. 특히 서울대는 모집 인원의 80.3%, 고려대는 올해의 두 배인 61.6%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대학 입시에 '학종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학종은 정량적 점수가 아닌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크다. 또 이 전형이 '특목고(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와 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본지는 서울 주요 대학 12곳 입학처장 및 입학사정관을 인터뷰하고, 입시 데이터를 분석해 학종 시대를 대비하는 기획 기사를 시작한다. ㅡ편집자

[[키워드 정보] 수시·정시 모집이란?]

본지가 주요 대학 12곳에 지난해 입시 자료를 요청한 결과, 응답한 11곳 중 8곳에서 일반고 합격생 비율이 수능 점수로 뽑는 정시보다 학종에서 2.5~3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연세대는 2016학년도 정시 합격자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56%에 그쳤지만, 학종에서는 86%에 이르렀다. 고려대 역시 정시 합격자 중 일반고 비율은 57%인 데 비해 학종 합격자 중 일반고 출신은 75%로 높았다. 경희대도 정시에서 67%만 일반고 출신이었지만, 학종에서는 78%로 일반고 학생 비율이 높았다. 서울대도 일반고 비율이 정시보다 학종에서 3.1%포인트 더 높았다.

이런 경향은 해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대는 2014학년도 학종 중 일반고 비율이 46.3%였지만 2016학년도엔 50.6%로 증가했다. 연세대는 2015학년도 80.8%에서 2016학년도 86.0%로 늘었고, 한양대도 2015학년도 54.0%에서 2016학년도 56.9%로 증가했다.

본지가 인터뷰한 서울 지역 주요 대학 12곳 입학처장은 모두 "일반고가 특목고보다 불리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은 "일단 모든 특목고 교내 프로그램이 일반고보다 다양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고, 건국대 최재헌 입학처장은 "오히려 일반고가 수년 전부터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비해온 반면 특목고와 자사고는 기존 수능 위주 공부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방향을 튼 지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한국외대 나민구 입학처장은 "보통 서울 상위권 대학에는 전국 1500여 일반고의 '에이스'가 지원하는데, 이런 친구들은 특목고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보다 오히려 자존감도 높고 굉장히 뛰어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