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에 1명이 치매 진단을 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6년 현재 약 68만 명으로 추정되는 치매환자가 2041년에는 2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를 돌볼 가족까지 헤아리면 약 1천만 명.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치매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치매 관련 3부작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돕는 치매파트너를 만나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치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드라마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치매는 두렵고 피하고만 싶은 질병이다. 물론 치매가 환자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고통스러운 질병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치매는 종류에 따라 5~10%는 치료가 가능하며, 많은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치매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를 알지 못해 온전히 가정 내에서 모든 부담을 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적으로 29만 명이 넘는 ‘치매파트너’들은 그런 환자와 가족을 위한 따뜻한 동반자들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배려하고 도울 수 있도록 치매와 치매 환자, 그리고 보호자에 대한 교육을 수료했다.

여기에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자세로 오프라인 교육을 수료한 이들은 ‘치매파트너 플러스’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치매 예방이나 극복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치매파트너 플러스로서 각각의 분야에서 봉사하고 있는 3인을 만났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치매, 아는 것이 힘이에요!”

  • "지역 치매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 이경자 씨는 허리가 좋지 않아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운동프로그램을 수강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팸플릿에서 치매파트너를 처음 접했고, 바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을 와서부터 함께 산 시아버지가 작년 11월에 치매 판정을 받으셨어요. 그전에는 몰랐는데 나라에서 도와주는 게 많더라고요. 뇌 촬영비도 보조를 받고, 치매에 관한 여러 지식도 알게 되고, 혜택을 많이 받았죠.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치매파트너가 되기로 했어요. 치매 관련 정보를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이경자 씨 역시 치매를 가족들끼리만 감당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치매라는 질병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오해도 많이 생겼고 상처도 받아야 했다. 그런 마음이 죄책감으로 번지기도 했단다.

“저희 아버님은 치매를 초기에 발견했어요. 우선 치매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오히려 제 마음이 누그러지더라고요. 지역 치매센터의 도움 그리고 치매파트너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정보 덕분에 가족들도 많이 편해지고, 아버님 얼굴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치매파트너 플러스인 이경자 씨는 전통시장과 대학병원 등에서 치매상담콜센터를 홍보하고, 치매 조기검진을 안내하는 홍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의 일이라고 가정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위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치매 환자들은 배회하거나 실종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 인식표나 앱을 활용하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요. 또 치매 전문교육을 받은 요원에게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서비스나 주야간보호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어요.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로 전화하시면 자세한 상담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치매도 예방하고 늦출 수 있어요"

  •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수빈 씨는 1년 넘게 치매파트너 플러스로 활동하고 있다.

“치매도 예방이 가능하고, 또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세요? 드라마에 나오는 치매들은 중증 증상들로 표현이 되잖아요. 저도 건망증이 심한 데다 아직 정정하시지만 할머니도 계시고 또 부모님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있었는데요, 치매파트너 활동을 하면서 예방에 신경 쓰면 생각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김수빈 씨는 톡톡 튀는 대학생답게 음악에 맞춰 치매예방체조를 시연하거나 치매 관련 홍보를 위한 플래시몹에 참여하는 등 발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치매극복의 날 행사 때는 치매 환자 가족분들과 합동공연을 했어요. 공연 전에 미리 만나 노래 틀어놓고 함께 춤추면서 연습을 하니까 가족분들의 밝은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복지회관에도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치매예방체조를 알려드리는데요. ‘내 나이가 어때서’ 음악에 맞춰 하니까 호응이 좋으세요.”(웃음)

대학 학회장의 권유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이제 누구보다 적극적인 치매파트너 홍보대사가 됐다. 봉사활동에 친구들을 참여시키기도 하고, 치매극복 걷기대회의 체조팀장도 맡았다.

“제가 아직 대학생이고 또 치매의 고통과 어려움을 다 알지 못하니까 함부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치매에 걸리면 환자도 가족도 슬프잖아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생기고요. 하지만 힘든 마음을 갖는 것보다 센터의 도움을 받아 빨리 치료를 받고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치매도 아는 것이 힘이에요"

  • 중앙치매센터에서는 치매파트너 사업뿐만 아니라 치매극복선도단체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다양한 단체를 선정해 치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없애기 위한 국민 캠페인이다. 인천에 위치한 주안도서관도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얼마 전 가치함께 도서관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주안도서관 독서문화과 박진경 과장은 “도서관이 예전에는 책만 빌려주는 곳이었지만, 이젠 평생교육사업도 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노래교실, 한글반, 문예교육 등을 수강하러 어르신들이 도서관에 많이 오신다. 이분들은 물론이고, 모든 연령대의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치매에 대한 최신 정보를 담은 홍보물과 간행물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치매는 가정 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이기도 한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전에 스스로 예방책과 대처 방안을 알게 돼 유익하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혼자 생활하시면서 무기력해하고 우울해하셨다. 가족들은 혹시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신 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며 “검사 결과 다행히 치매가 아니셨지만 그때를 계기로 가족들에게 관련 자료도 갖다 주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는 것이 힘이다. 요즘에는 복지가 전보다 잘돼 있으니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챙긴다는 마음으로 각종 정보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면서 “오는 9월에 있을 치매극복의 날에 맞춰 도서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 관련 특강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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