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누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늘 그렇듯이 야당의 야유도 받았다. 그러나 연설 내용 중에는 국민이 우리 정치와 정치인을 보는 시각을 대변한 부분도 있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국회의원을 '국해(國害)의원'에 비유했다. 인터넷 댓글을 인용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국회의원은 '나라에 해(害)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실제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해의원'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담까지 밝혔다. 그는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선배 의원들을 따라 하다 보니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말의 속도와 말투조차 달라졌다"고 했다. "국민의 대표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어깨에 힘주고 부정한 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의원 대접 받기를 강요하고 절대선(絶對善)을 자처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공무원을 하인 다루듯" 하고 "트럭 한 대나 되는 양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압박"하며 "바쁜 경제인들을 불러 놓고 단 1분도 질의하지 않는" 행태도 반성했다.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하는 질문을 그대로 그들에게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수군거림도 있다"는 말도 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특권에 대해선 "황제 특권"이라며 "지체 없이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런 고백을 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비서관을 시작으로 30여년간 우리 정치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여당 대표에 올랐다. 그런 그가 추락할 대로 추락해 혐오의 대상이 된 우리 정치의 현실을 짚은 내용에는 국민의 시선이 담겨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과거 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매번 발족 그때뿐이었다. 이번 20대 국회도 그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큰 변화가 없으면 '국해의원'이란 말이 아예 굳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