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누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31일 정운호(51·구속)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도권 지방법원 김모(57) 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 전 대표가 타던 5000만원짜리 중고 외제차 레인지로버를 공짜로 받고, 정 전 대표가 발행한 100만원권 수표 5~6장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 중고차 매입에 대해 "정 전 대표에게 제값을 주고 사서 문제 될 게 없다"고 대법원에 해명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차량 구입 대금을 지불한 이후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현금으로 되돌려받은 단서를 확보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수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의금으로 받은 돈인데, 정 전 대표가 발행한 수표인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김 부장판사는 2012~2013년 정 전 대표와 함께 마카오·베트남 등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 휴직 중이다.

김 부장판사 외에 임모(53) 부장판사도 작년 말 정 전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56·구속)씨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5월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불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법원 내부는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이 그간 쌓아올린 신뢰가 무너지게 생겼다"고 했다.

대법원은 최근 김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법원 관련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대법원은 법원의 날(9월 13일)을 앞두고 9월 2일 대법원 강당에서 열기로 한 음악회를 취소했다.

지난해 개최된 음악회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국회의장, 감사원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이 참석했었다. 대법원은 또 음악회 이외의 행사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해 간소하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법원이 외부 인사를 초청해 음악회를 열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판사가 금품 수수 비리에 연루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사 출신 최민호 전 판사는 2009~2012년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최모씨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2억6864만원을 받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2006년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에게 억대 금품을 받아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