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상 정치부 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누구?]

친노(親盧)·친문(親文)의 완승으로 끝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전날 밤. 이번 경선의 '막후 실력자'로 지목받던 정치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막후 실력자로 불리는 건 '친문 싹쓸이'로 비판받는 당 지도부 구성이 그의 머리에서 구상되고 그의 손발로 실행됐다는 의심 때문이다. 그는 이런 의심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 정당의 기본 구조가 바뀌었다. 정치인들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나 대선 후보 경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온라인 당원, 이들이 주도하는 '네트워크 정당'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 추미애 당 대표와 8명 친문(親文) 최고위원이 확정됐다. 전체 투표에서 30%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추 대표는 61%, 양향자, 김병관 최고위원은 각각 66%, 67%를 획득했다. 다른 경쟁자들이 대의원과 일반 여론조사에서 선전해도 평균 65%의 '몰표'로 위력을 보인 당원의 힘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친문당의 완성'은 반칙의 결과가 아니다. 철저한 기획과 준비 속에 나왔다. 이 막후 실력자는 작년 초부터 '네트워크 정당'을 설파하고 다녔다. "직접 참여가 힘들었던 정치의 벽을 허물고 직접 민주주의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의 교감 속에 이뤄진 일이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자, '문재인 구하기'를 위해 10만여명이 온라인 당원이 됐다. 이 중 3만5000명이 이번에 당내 투표권을 획득했다. 내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권리당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당 대표 선출 직후 추미애 대표는 "네트워크 정당, 직접 민주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걸 보니 '막후 실력자'가 맞긴 맞다.

비문(非文) 진영은 걱정이 크다. '친문 패권' '일방통행'과 '기울어진 운동장' 이야기다. "극성스러운 친문 때문에 정권 교체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친문이 저리 극성스럽게 판을 바꿀 동안 비문 세력은 무엇을 했는가. 투정은 있지만 자신들의 대안이 없고 상황을 돌파할 열정도 안 보인다. '친노 패권'을 비판하며 국민의당을 만든 안철수 의원은 '새누리당의 친박화, 더민주의 친문화'를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은 뭘 할지 여전히 말이 없다. 새누리당의 비박(非朴)도 '친박 타령'뿐 혁신의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쪽에 '친문과 친박'이라는 강적이 없었다면 현재 여야의 비주류는 무슨 명분으로 연명(延命)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친박과 친노'가 때로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쓰며 권력 의지를 실행에 옮길 때, 여야 비주류가 한 일은 팔짱을 낀 채 '독한 ×들'이라고 평론가적 입장을 취한 것뿐이다. 자칭 '합리적 중도' 세력들은 정치 평론은 이제 언론에 맡기고 본업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위기의 민생을 구해낼 꿈과 의지를 국민 앞에 내놓고 행동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 이후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