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왕릉급 대형 고분 5개 이상 발굴, 황룡사와 9층 목탑 복원, 동궁과 월지(안압지)의 정전(正殿), 중문, 회랑 등 복원….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신라 왕경(王京) 핵심유적 정비·복원 사업 종합 기본 계획(마스터플랜)'을 본지가 단독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까지 9450억원을 들여 월성, 동궁과 월지, 월정교, 첨성대 주변, 황룡사, 신라 왕경 중심 구역 방(坊), 대형 고분, 대릉원 일원 등 8개 유적을 발굴·정비하고 일부엔 건물을 올려 복원한다. 특히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서봉황대·135호·99호·100호·143호 등 왕릉급 대형 고분을 5개 이상 발굴한 뒤, 서봉황대와 99호·100호 고분은 봉분을 원형대로 복원해 내부를 공개 전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어떤 일을 할까?]

본지가 전문가들과 함께 마스터플랜을 분석한 결과 "발굴은 곧 파괴인데 왕릉급 고분을 5년 안에 5개 이상 파겠다는 건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자기 나라 왕릉을 이런 식으로 파헤치는 나라는 없다. 새로 얻을 수 있는 학술적 정보보다 잃는 게 많다"고 했다. 또 황룡사 복원 등 건물 복원에 대해 이강승 충남대 교수는 "당시 모습을 알려 줄 자료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몽골 침략 때 불타버린 황룡사 9층 목탑이나 건물을 신라 시대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는 없다. 21세기 상상의 도시를 짓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라 왕경 정비·복원 사업 추진단은 지난 5월 마스터플랜을 문화재위원회에 올렸으나 문화재 위원들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 안에 옛 건물들을 정확한 근거 없이 대거 복원한다는 내용 등을 문제 삼아 접수를 거부했다. 추진단은 수정안을 마련해 31일 문화재위원회 합동분과 위원들과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본지가 추가로 입수한 수정안에 따르면 ▷황룡사 주요 건물 복원 철회 ▷신라 왕경 거리 재현 제외 등은 반영됐지만, 대형 고분 발굴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