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과 따로 살기로 하면서 영국뿐 아니라 세계가 들끓었다. 그 일로 삐져나온 세대(世代) 갈등만으로도 영국은 골치깨나 썩게 생겼다.

'18~24세의 젊은 유권자는 75%가 EU 잔류를 택했지만, 65세 이상은 61%가 탈퇴를 지지했다. 젊은 층들은 SNS에 "기차에서 어른을 봐도 절대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리는 등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자신들의 미래를 망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노인 빈곤, 청년 취업난 등으로 처지가 비슷해 보인다. 자리 양보 얘기를 보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젊은 층이 오히려 못하지 싶다. 그런데 이 '젊은 층'에 왜 '들'을 붙였을까. 층(層)은 '무리'를 나타내는 말이라 복수(複數) 접미사가 필요 없다.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다. 세대 역시 무리를 가리키니까.

흔히 쓰는 '우리들' '여러분들'도 마땅히 우리, 여러분, 하면 그만이다. 대중(大衆), 일행, 소장파(派), 국민, 취재진(陣), 세력, 시위대(隊) 따위가 다 그런 말이다.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꾸며주거나 뒤따라오기에 사족(蛇足)인 '들'도 있다.

'처가 쪽 농지법 위반은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장관 후보들이 낙마(落馬)했던 사안이다.' '여러'가 있으니 '후보가'가 자연스럽다. '모든, 많은, 대다수, 숱한' 같은 말이 있을 때도 매한가지다. '대부분, 줄줄이, 모두, 속속' 같은 말이 뒤따라와도 복수 접미사가 없어야 매끄럽다.

꼭 여럿을 뜻하는 말이 없지만 '들'은 군더더기일 때가 많다. '정차해 있는 스쿨버스를 다른 차들이 추월하는 것은 교통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그냥 '차' 하면 되는데 어째 '차들'일까. 이렇게 문자만 한글이지 영어 표현 그대로인 글이 수두룩하다.

'괴한에게 강도를 당했다던 미국 수영 스타 라이언 록티(32)와 그의 일행 3명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브라질 경찰은 이들 4명을 허위 진술 및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이 네 사람'을 '이들 네 사람'이라 한 셈이니 몹시 어색하다.

복수 접미사라 그런가, 잡초같이 많기도 많다. 소농(小農)은 풀 봐도 안 매고, 중농은 풀 봐야 매고, 대농은 풀 나기 전 맨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