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세르 알 마하셔·에쓰오일 대표이사 CEO

지난 2월 초 자선 행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뒤편에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천진난만한 모습의 여학생들이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날 자선 공연에 초청된 사회복지 시설 선덕원의 합창단원들이라고 했다. 그날 만남 이후 선덕원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선덕원은 고아, 기아(棄兒), 미아, 결손 가정 출신의 여자 어린이 60여명이 모여 사는 보금자리였다.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아이들의 웃음이 가족 해체 등의 아픔을 이겨낸 것이란 생각이 들자 마음이 시렸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나는 한국인에게 시련이란 도전을 위한 에너지임을 잘 안다. 또 한국인들은 작은 뒷받침만 있어도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확신한다. 나는 어릴 때 고향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Jubail) 항만 공사장에서 한국인을 처음 만났다. 폭염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난 4년간 한국에서 사는 동안 내가 봤던 그들이 열사(熱沙)의 땅에서 흘린 땀방울을 모아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결국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일어섰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보육원의 아이들도 부모처럼 보살피고, 사랑해준다면 반드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때마침 회사에서는 새로 추가할 사회 공헌 활동을 찾던 중이었다. 우리는 선덕원을 떠올리며 대상자를 보육원 출신 전문대 이공계 신입생으로 정했다. 전국에서 40명을 선정했다. 선덕원 아이들과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된 우리 프로그램은 한 번 선정된 학생들에게 대학 졸업 때까지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제공하고, 또 이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혜택을 준다. 내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보육원 고등학생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자격증 취득 등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추가할 계획이다.

보육 시설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수혜자 입장에서 정말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거듭 고민했다. 그 결과 일회성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 맞춰 자립할 때까지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형태의 사회 공헌 활동이 국내외 복지 단체와 글로벌 기업들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