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앞에 선 우병우 민정수석]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18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별감찰관이나 검찰이 혐의가 구체적으로 뭔지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직권남용은 의경 아들의 보직과 외박·외출 특혜 청탁 관련일 가능성이 높다. 우 수석 아들은 의경으로 511일 복무하면서 59일간 외박하고 85회나 외출한 것으로 확인돼 있다. 횡령은 서류상 기업을 만든 후 개인적으로 사용한 비용을 회사 운영비로 돌려 세금을 줄이고 회사엔 손해를 끼친 부분일 것이다. 부동산 임대업으로 등록된 우 수석 가족 회사 ㈜정강은 직원도 없는데 2014~15년 접대비 1907만원, 차량 유지비 1485만원, 통신비 575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감찰관의 우 수석 수사 의뢰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별감찰관에겐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다. 법에는 자료 제출 및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거부할 경우 벌칙 규정이 없다. 실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언론사 기자에게 했다는 발언을 보면 '경찰에 자료 좀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한다' '사람 불러도 처음엔 다 나오겠다고 하다가 위에 보고하면 딱 연락이 끊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외제차 리스 회사마저 자료를 요청했더니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특별감찰관은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면서 '(우 수석을) 현직에 놔두고는 어떻게 할 수 없어'라고 했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놓은 공약이었다. 청와대 수석들과 대통령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주변을 청결하게 하겠다는 각오로 출범한 조직인 것이다. 그런 특별감찰관의 첫 번째 조사 활동을 대통령의 최측근인 민정수석이 방해하고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특별감찰관으로서는 혐의를 보면서도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다. 결국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에 넘겨 의혹을 규명하는 게 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수사는 검찰에 넘어갔지만 검찰도 민정수석의 통제를 받는다. 우 수석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면 검찰이 과연 우 수석 비위(非違)를 적극적으로 파고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에선 벌써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전력 수사를 하지 않을 경우 특검은 불가피할 것이다. 검찰은 이걸 유념하며 당장 수사에 나서야 한다.

애당초 불거진 우 수석 관련 의혹은 우 수석 처가가 2011년 서울 강남역 부근 땅을 넥슨에 1326억원에 판 것이 넥슨의 우 수석에 대한 특혜가 아니었는지, 그 거래를 진경준 전 검사장이 알선하지 않았는지 하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작년 2월 검사장 승진 때 그의 88억원대 넥슨 주식 보유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그냥 넘어간 이유가 땅 거래 알선에 대한 보답일 수 있다. 특별감찰관은 청와대 수석 경우 '재직 기간 비리'만 조사할 수 있어 강남 땅 거래 의혹은 손도 대지 못했다. 검찰은 우 수석 비리의 몸통인 강남 땅 거래도 수사해야 한다.

기자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의 통화 취재 내용을 요약한 SNS 메모가 일부 언론에 유출돼 보도된 후 여당 일각에선 이석수 감찰관이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누설했다는 내용은 '감찰 활동 만기는 19일' '우 수석이 버티면 검찰에 넘기면 된다' '감찰 대상은 아들과 가족 회사'라고 한 부분이다. 언론 보도로 다 알려졌던 내용이다. 감찰 정보 누설이라고 보는 것은 억지다.

훨씬 중요한 것은 기자의 취재 메모가 어떤 경로로 MBC 등 언론에 유출됐느냐는 점이다. 만일 취재 메모 유출이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해킹으로 이뤄진 거라면 특별감찰관을 사찰(査察)한 것이고 언론 취재 활동을 침해한 것이 된다. 그런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권 차원의 스캔들로 번지게 될 것이다.

우 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앞에 서게 됐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것만으로도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