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실 사장님소파 치워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개 부처 장관 교체 다음 날인 17일 "이번 인사는 딱 두 가지, 하나는 안정이고 하나는 쇄신"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규모 개각은 안정 쪽이었고, 그동안 해왔던 장관들을 바꾼 것은 쇄신이라고 본다"고 했다. 재임 3년 6개월이 된 환경·농림장관을 바꾼 것이 쇄신 개각이고, 3명만 바꿨으므로 안정 개각이라는 말이다. 농담처럼 가볍게 한 얘기가 아니라 정색하고 이런 논평을 했다고 한다.

이번 개각은 도대체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은 몇 개월 전부터 경제·안보 동시 위기라고 해왔다. 국민의 위기 의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는 그런 위기 감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 총선 직후만 해도 표출된 민심을 받아들여 일대 쇄신(刷新)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 대표 스스로도 며칠 전 대통령에게 '탕평 개각'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이 묵살당하고 고작 장관 3명 바꾸는 데 그쳤다. 이 대표가 이것이 진심으로 쇄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 비서 출신인 그가 대통령 인사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이번 개각을 안정·쇄신 인사라고 평가하는 것은 강변(强辯)이자 억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청와대를 감싸고 돈다면 이 당이 과연 자생력을 갖고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이 대표는 이제 누구의 비서나 홍보 담당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집권 여당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소집한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는 대상자 20여명 중 단 8명만 참석했다. 친박(親朴)계 서청원·최경환, 비박(非朴)계 김무성·유승민 등 간판급들이 모두 불참했다. 이런 풍경이 앞으로 계속 국민 눈앞에 전개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 후보 선출까지 살얼음판 같은 상황을 관리해야 할 과도기의 대표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친박의 쟁쟁한 대주주들에게 휘둘려 힘없는 '월급쟁이 사장' 역할에 그치지 않을지 지켜보고 있다. '안정·쇄신 개각' 같은 발언이 반복되면 스스로의 입지도 좁힐뿐더러 당을 분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