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떤 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당국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인권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날 '추석 이산가족 방문' 등 8·15 경축사에서 거의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각종 대북 제안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 당국이 과민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정면 거론한 것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 대통령의 대북관이 매우 엄중해졌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에 대해 비핵화 압박과 동시에 인권 압박을 가하겠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이라는 호칭을 쓰며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료가 북한 당국과 주민을 구분하는 표현을 쓴 적은 있지만 간부와 주민을 함께 묶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 소식통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노동당 규약과 헌법에 박아 넣은 '김정은 + 고위 간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하급 간부 + 주민들'을 겨냥한 실질적 대북·통일 정책의 가동을 시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광복절 경축사의 단골 메뉴인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제안이 전혀 없었던 점 역시 박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접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계속된 남북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도 항상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다양한 대북 제안과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2013년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고, 2014년에는 민생·환경·문화의 '3대 통로' 개설·확충을 제안하며 그해 10월 평창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북한을 초청했다. 북한의 DMZ 지뢰 도발 직후였던 작년 8·15에도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북 철도·도로 연결, 이산가족 명단 교환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