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의 4층짜리 빌라에 살고 있는 대학생 김모(여·24)씨는 지난 12일 밤 빨래를 널러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속옷 차림의 남성 5명이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왔다. 알고 보니 이들은 2층 집을 단기로 빌려 머물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이었다. 김씨는 푹푹 찌는 날씨에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모두 닫았지만, 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적했던 김씨 동네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넘치게 된 건 최근 이 근방에 '에어비앤비(Airbnb)' 숙소가 하나둘씩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진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을 통해 '남는 방'이 있는 집주인과 빈방을 찾는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숙박 공유(共有)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부터 가정집의 빈방을 외국인에게 숙박시설로 내줄 수 있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 2013년 1월 설립된 에어비앤비코리아에 올라 있는 숙소는 현재 1만6000여곳으로 2013년 10월(2000곳)의 8배로 늘었다. 한국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작년 한 해 동안 50만여명으로 전년도(15만여명)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호텔 숙박비보다 훨씬 싼 에어비앤비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인근 주민들이 주변 소음, 교통 혼잡, 쓰레기 문제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전모(34)씨는 외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매일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태워 나르는 관광버스가 전씨가 사는 오피스텔 골목에 수십 분씩 정차하면서 전씨 승용차가 빠져나갈 길을 막기 때문이다. 전씨는 "관광객들이 골목에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가 쌓여 온 동네에 악취가 진동할 때도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에어비앤비 영업을 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에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실제 등록하고 영업하는 민박업자는 전체의 30%도 채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 정식 등록된 도시민박업소는 25개 구를 합쳐 851개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마포·강남·중구의 경우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만 각각 500곳이 넘었다.

에어비앤비 영업은 주택·아파트 등 주거 용도의 건물에서만 가능하다.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에어비앤비코리아 사이트에는 오피스텔 숙박을 광고하는 글이 수백 개씩 올라 있다.

서울관광경찰대는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에서만 불법 에어비앤비 업소 420여곳을 단속했지만, 하루에도 수백 개씩 늘어나는 미등록 업소를 모두 점검하기엔 역부족이다.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 등으로 에어비앤비 숙소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지난 5월 말 에어비앤비코리아는 불만 사항을 접수해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에어비앤비 이웃'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코리아 관계자는 "같은 항의가 반복되면 해당 호스트를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보다 먼저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도입한 외국에서도 이웃 주민과 관광객들 간의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급증하는 에어비앤비 관광객들 때문에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소란을 피우는 관광객을 쫓아내자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