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전기요금 누진제란?]

폭염으로 냉방용 가전제품 사용이 늘어나자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최고 11배까지 늘어나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9일 누진제 개편에 나서겠다고 했고, 10일에는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전기요금 누진 비율을 1.4배로 완화하는 법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누진제를 완화하면 과소비로 전력 대란이 올 수 있고, 그 혜택이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 돌아간다며 반대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정부 당국자가 "4인 가구가 하루 3시간 30분만 에어컨을 틀면 전기요금이 8만원이라 부담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여름이면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아이나 노인이 있어도 냉방을 제대로 못 하는 게 다수 국민의 고민이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서민들 가정마다 전기제품 사용이 크게 늘었다. 징벌적인 전기요금이 이미 중산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 일상생활의 변화를 외면한 채 무작정 "전기를 아껴 쓰면 문제가 없다"고 하면 누가 수긍하겠는가.

정부가 42년 전 가정용 전기에 누진제를 도입했던 이유는 기업들이 공장을 돌리는 데 쓰는 전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때 19배 넘는 누진제에도 반발하지 않았던 것도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하자는 공감대가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 소비를 줄이라고 압박한다고 해서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이는 시대가 아니다. 다행히 발전량도 부족하지 않다. 가정에서 전기를 더 쓴다고 산업용 전기가 부족해지지 않는다. 고도성장 시절의 유물인 누진제를 고집할 이유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정부는 12년 전 전기요금 누진율을 고친 이후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똑같은 핑계를 대며 손을 볼 생각조차 않고 있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다수 선진국은 누진제가 없고 누진제가 있는 미국과 일본도 누진율이 1.1배, 1.4배에 불과하다. 우리가 당장 따라가기 어렵다면 과도기적으로 누진율을 3~4배 차등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징벌적인 전기요금을 고쳐 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