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외교 경험이 없는 그들이 만날 현지 인사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주장하는 관변(官邊) 학자들이다. 언행에 신중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더민주당은 '사대(事大) 외교' 논란에도 이들의 방중을 막지 않았다. 전날과 어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의 방중(訪中)을 비판하자 오히려 출국 의원들을 옹호하는 의원들이 더 늘었다. 전형적인 한국형 정쟁(政爭)이다.

더민주당의 8·27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 세 명도 모두 사드 반대론자이다. 이들은 대여 관계에서도 강경론을 펴고 있다.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통령 탄핵' 얘기를 꺼낸 후보까지 있었다. 후보들 간 선명성 경쟁으로 사드 문제가 정부에 대한 반감과 뒤섞이는 양상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새 대표로 선출되든 더민주가 사드 반대로 급격히 쏠릴 소지가 크다. 사드 당론 채택을 미뤄온 현 김종인 대표에 대한 불만도 이미 새 나오기 시작했다.

야당이 사드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만큼 안보·국방의 논리가 고려될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다. 지금도 사드를 반대하는 더민주당 의원들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만 강조할 뿐 군사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 문제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남중국해 장악 시도가 국제법상 불법으로 결정된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 국가였으면 정권이 흔들렸을 사안이다. 중국은 지금 국내 불만 여론의 불길을 나라 밖으로 돌리려 부심하고 있고 때마침 사드가 그 대상이 돼 있다. 우리 국내에서도 야권 전체에서 사드 문제로 현 정권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에는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다. 우리 정치권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사드 정쟁이 아니라 그 이상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경북 성주 주민들의 집값, 참외값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내년 말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한국의 정권 교체 뒤 사드를 철수시킬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할지 모른다. 심각한 일이다.

사드는 기왕에 있는 국내 미사일 기지에 버스 한 대보다 작은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배치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무기체제이다. 이것이 마치 엄청나게 거창한 시설이 오는 것처럼 부풀려져 있다. 순전히 북핵 미사일을 막자는 방어적 조치에 국론이 분열될 경우 득(得)을 보는 것은 국제 제재로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과, 미국에 대한 불신으로 우리 측 설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중국밖에 없다.

어제 박 대통령은 "아무리 국내 정치적으로 정부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언급이다. 그간 박 대통령이나 정부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 없다.

새누리당은 오늘, 더민주는 27일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대통령이 여야의 새 지도부를 만나 안보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 바란다. 야당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나라는 게 아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의 입장을 명확히 안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우리 앞엔 사드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들이 놓여 있다. 미 대선으로 촉발된 보호무역 바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장기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등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 마당에 국민이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대통령과 정치권 모두가 숙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