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원 기자

얼마 전 강원도는 내년 10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개최하려던 세계이슬람포럼(WIEF) 행사를 포기했다.

극단주의 무장 세력 IS(이슬람국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던 WIEF가 IS의 테러 표적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강원도는 지난 2014년부터 이슬람권 국가의 정상 및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는 WIEF를 유치하려고 공을 들였다. 전 세계 무슬림 인구는 18억명. 석유 등 자원을 기반으로 한 이슬람 국가들의 경제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할랄(HALAL·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제품) 식품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조1280억달러(약 1261조1000억원)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16.7%를 차지했다. 관광 시장 규모도 1420억달러(약 158조7500억원)로 전 세계 여행 시장의 11%를 차지하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하지만 지난 2월 강원도 내 시민단체들이 "이슬람 자본이 들어오면 이슬람 테러리스트 및 불순 무슬림 세력도 따라 들어와 안보에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도 유럽처럼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시민단체들은 도청 앞 광장에서 WIEF 유치 철회 집회를 열고 릴레이 1인 시위를 했다. 국민신문고 등에도 WIEF 유치 철회를 촉구하는 민원을 잇달아 접수했다. 강원도는 결국 WIEF 유치를 철회했다.

할랄 관광 편의시설 구축 사업도 없던 일이 됐다. 강원도는 주요 관광지에 무슬림 친화 마트와 기도실 등을 만들어 동남아 지역 등의 무슬림 관광객들을 유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슬람교와 테러가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에 밀려 새로운 수입 창출의 길이 막혔다.

2018년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뿐 아니라 국내 지자체가 유치하려는 다른 국제 행사에 참가하는 무슬림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가 수년간 준비한 행사를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발생할 손실을 막으려면 사전에 지역 정서를 읽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것 같다. 시민들도 이슬람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