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란?]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찬반(贊反)으로 분열된 국내 정치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뒤 이들 발언 중 일부만 골라 여론전에 활용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중국 매체 인터뷰 주의령을 내렸다.

◇中, 사드 반대 野에 인터뷰 공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지난달 말 국내 한 방송사 기자를 통해 "중국 국영 CCTV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김 의원은 더민주 사드 대책위 간사를 맡고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면 물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말 등을 한 바 있었다. 그 뒤 지난 1일 김 의원 사무실에 CCTV와 인민일보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했고, CCTV는 2일 "양국 국민의 신뢰가 깨지는 것을 걱정한다"는 김 의원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실제 인터뷰에서는 '양국이 모두 냉정하게 대응하고, 중국이 반한(反韓) 감정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는데 중국이 입맛에 맞는 내용만 보도해 놀랐다"고 말했다. CCTV는 김 의원 인터뷰와 함께 "사드 배치는 한국이 아닌 미국의 수요와 이익에 근거한 것"이라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신화통신 인터뷰 내용도 함께 보도했다. 인민일보도 야당 내 중국 전문가로 평가받는 더민주 박정 의원에게 "한·중(韓·中) 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박 의원은 아직 응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도 지난달 말 CCTV 기자에게서 "사드에 대한 인터뷰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은 지난달 21일 인터넷을 통해 의원 1명당 30분씩 사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CCTV는 주 의원에게 "이 행사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주 의원은 4일 본지 통화에서 "영상이라는 것이 어떻게 왜곡·편집될지 모르고, 외교 문제라는 것이 민감해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CCTV는 다른 국민의당 의원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에 찬성한 새누리당에는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한국 정치권이 사드 반대 일색인 것처럼 보도하려는 의도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野 지도부도 인터뷰 경계령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은 야당 지도부는 인터뷰로 포장된 중국의 여론 공세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CCTV의 취재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지시했다"며 "우리 당은 사드 배치도 반대지만 중국의 지나친 경제 제재도 반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사드에 대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있지만, 의원들의 사드 반대와 관련된 개별적인 활동은 막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더민주 초선 의원 6명(김영호·박정·신동근·소병훈·김병욱·손혜원)이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오는 8일부터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김영호 의원은 "우리가 야당이지만 국가 이익을 생각해야 하고, (중국 의견을) 듣는 것은 말없이 듣고, 우리 의견을 낼 때는 양국 국가 이익을 위해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이야기를 잘못하면 또 이용당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유의하고 있다"고 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사드 찬반 의견은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중국 측과 접촉할 때에는 충분한 주의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병훈, 손혜원 의원은 지난 3일 경북 성주를 방문해 사드 반대 활동을 했고, 손 의원은 야당 지도부의 성주 방문 자제 요청에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지 못할 상황이면 차라리 가만히 계시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방중 의원들에게 "중국 당국자들을 접촉하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가급적 학자 등 민간인들을 만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 때 대중(對中) 협상을 했던 한 전직 외교관은 "중국 당국자가 '너희 국민도 절반 이상이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격침됐다는 조사를 믿지 않는데 왜 우리한테 믿으라고 강요하느냐'고 했을 때 할 말이 없었다"며 "중국의 전방위적 여론 공세에 악용되지 않도록 정치권의 신중한 언행(言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