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파빌리온 도서관은 국내 유일의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이다. 건축가와 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도서와 영상자료 2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포르투갈 출신의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알바로 시자(83)가 설계한 이 건물은 2006년 당시 쇠락한 안양유원지를 예술공원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세워졌다. 당시 이름은 건축가의 이름을 따 '알바로 시자 홀'이었다. 이후 이곳은 전시회나 포럼을 여는 갤러리로 사용되다, 2013년 10월 안양 파빌리온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종이로 만든 책꽂이, 의자도 '작품'

파빌리온 도서관은 건물 자체가 작품이다. 파도 치듯 굴곡진 콘크리트벽을 따라 돌아 도서관 입구에 서면 어느새 옆으로 길쭉한 반구(半球)형 건물이 나타난다. 도서관 내부에도 공공예술의 혼(魂)이 녹아있다. 도서관 중앙에 놓인 원형 벤치는 종이 재질로 만들어졌다. 건축가 신혜원의 작품이다. 신씨는 2014년에 흔히 구할 수 있는 골판지(카드보드지)를 친환경 옥수수 풀로 이어 붙여 지름 7.2m에 이르는 대형 원형 벤치를 만들었다. 최적의 등 받침 각도로 제작돼 이용객이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종이로 만들었지만 사람이 뛰어다녀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신발을 벗고 카펫이 깔린 벤치 안 공간으로 들어가 누울 수도 있다. 김진덕 안양 공공예술기획단 매니저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공공예술을 누리자는 취지에서 내부 시설도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은 김해랑(6)양은 서가에서 동화책 '백 층짜리 집' 한 권을 꺼내 들더니 신이 났는지 신발을 벗고 벤치 위를 계속 뛰었다. 김양의 어머니 김유라(42)씨는 "설치미술 속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이 맘대로 뛰놀 수도 있어 좋다"고 했다.

안양예술공원 안에 있는 안양 파빌리온 도서관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이다. 2006년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이 도서관은 어디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건물의 모습이 전부 다르게 보인다.

2000여 권의 책이 꽂힌 서가도 모두 종이로 만들어졌다. 서가 뒤엔 공공예술 관련 DV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컴퓨터가 놓여 있고, 그동안 안양시 일대에서 열린 역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영상과 서류 기록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장비도 있다. 영상을 감상하는 컴퓨터 책상 앞에도 '종이 의자'가 놓였다. 도서관 안에서 마음대로 책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지만 대출은 불가하다.

◇예술공원 안의 설치 작품 감상도

안양 파빌리온 도서관은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일요일마다 도서관에 상주하는 도슨트(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가 사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2~3회 파빌리온과 안양 예술공원 일대의 공공 예술 작품 투어를 진행한다.

종이벤치 튼튼해요 - 경기 안양시 안양예술공원 내에 있는 파빌리온 도서관 내부 모습. 건축가 신혜원씨가 제작한 원형 골판지 벤치에 시민들이 앉거나 누워 책을 보고 있다.

[[키워드 정보] 모더니즘이란?]

이달엔 매주 토요일 어린이들을 위한 진로체험 프로그램 '헬로! 리틀 도슨트'를 운영한다. 안양예술공원 안에는 세계 유명 작가들의 설치 작품 50여 점이 있다. 도서관 문을 나서면 마이클 엘름그렘(덴마크)과 인가르 드락세트(노르웨이)가 설치한 공중전화부스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가 보인다. 공원 한가운데를 흐르는 계곡을 건너가면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비니 마스가 설계한 '안양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앞으로는 삼성산이, 뒤로는 안양예술공원 일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파빌리온 도서관은 오는 10월 열리는 제5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준비로 분주하다. 3년 만에 다시 개최되는 이 행사에선 파빌리온을 포함해 안양시 전역에 있는 미술·조각·건축·영상 등의 기존 공공예술 작품은 물론, 새로운 작품들이 시민들에게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