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의 대구·경북 초·재선들과 청와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로 결정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입지를 성주군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군(郡)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이 성산포대가 인구 밀집 지역에 인접해 반발이 크다고 하자 "군에서 추천하는 (다른)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고 정밀하게 검토·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성산포대가 최적의 입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존 대공 미사일 기지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을 것이다. 국방부가 이제 새 부지 검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북핵 미사일 탐지와 방어를 위한 전술적 요구를 충족한다면 약간의 위치 이동이 별문제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결정이 바뀌는 것은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위치 이동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성주 주민들 반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레이더는 크기가 버스 한 대 정도이고 운용하는 병력도 중대급에 불과하다. 이것이 한국에선 무슨 엄청난 것인 양 확대됐다. 인터넷에서 확산된 전자파 괴담과 중국을 의식한 야당의 반대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생긴 어이없는 결과다.

사드 레이더는 완전히 무해(無害)하다. 괌의 사드 기지에서 측정한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인체 유해 기준의 0.01%에도 못 미쳤다. 이 정도면 자연 상태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 명백한 사실이 집값, 참외 값 떨어진다고 아우성치는 성주 주민들에겐 통하지 않고 있다. 성주 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사드 입지 변경 검토 발언에도 "배치 철회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성주 주민이 외치는 구호는 '성주 사드 배치 반대'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로 바뀌었다. 황당한 일이다.

항구, 비행장 등 한·미군 군사시설을 노리는 북의 노동 미사일은 지금 당장은 사드 외에 막을 방법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전자파 괴담 때문에 나라의 안보 결정이 흔들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결정을 그대로 추진하되 괴담의 허무맹랑함을 꾸준히 알려야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성주에선 강경파 주민들이 반대를 주도하고 있지만, 지역 내부에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역 여론은 일절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직접 성주를 찾아 사드 레이더의 진실을 잘 설명하고 도입 불가피성을 설득하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겉에서 맴돈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 관련 부처들도 성주 주민들의 집값, 참외 값 걱정이 결국 기우(杞憂)가 될 것이란 점을 알리고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원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위중한 안보 상황을 망각하고 지역 이기주의에 영합했던 대구·경북 의원들이 더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