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송진혜(가명·34)씨는 지난 6월 25일 네 살배기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대구로 향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한 육아 교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전국 각지에서 송씨를 비롯해 임산부 등 200명이 몰렸다. 송씨는 2시간 동안 '우리 아이 상처 치료 방법' 강의에서 약사가 상처별로 효과적이라고 소개한 약 이름을 노트에 적었다. 그는 "예전엔 병원이 권하는 치료 방법만 믿었다"면서 "그런데 의료 사고 소식을 종종 접하면서, 내 아이한테 맞는 치료 방법을 꼭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플 때 소아과 의사에게 의지했던 예전과 달리 엄마가 아기의 증상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치료까지 하는 일명 '닥터맘(doctor+mom)'이 늘고 있다. 의학 정보로 무장한 엄마들은 아이들이 비염, 복통, 설사,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 등 가벼운 병에 걸렸을 때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집에서 약·식이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지난 2013년 말 생긴 네이버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회원은 3만5000명이 넘는다. 이 카페는 아이가 아플 때 집에서 치료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 한 회원이 아기의 증상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면, 엄마 회원들은 각자가 아는 치료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 증상이 심할 때는 병원을 추천해준다. 카페 회원들끼리 병원 순위를 매겨서 상담 1순위 의사를 추천하기도 한다. 회원 장모(여·29)씨는 "8개월 된 아기 두피에 염증이 자꾸 생겨서 병원에 갔는데 처방받은 약으로 효과를 못 봤다"면서 "엄마 회원들이 추천해준 숯가루를 먹이니 가라앉고 있다"며 만족했다.

세 살짜리 아들을 둔 정수영(여·36)씨는 요즘 집에서 매일 1시간씩 '육아 의료' 관련 책을 찾아 공부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한 달간 '내 약 사용 설명서'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 등 책 2권을 읽었다. 정씨는 "책으로 아이에게 먹이는 약 수칙과 약 성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에서 책으로 독학하면,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들 모임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정씨와 함께 육아 의료 공부를 하는 임신부 김수영(여·31)씨는 "시중에 아이 치료 방법과 관련한 책이 많아 쉽게 공부할 수 있다"면서 "물론 의사만큼 정확하게 병 진단을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주로 겪는 가벼운 증상만큼은 식이요법이나 약을 통해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육아 섹션에는 아기의 병 증상 및 치료법을 다룬 책이 20권이 넘는다. 어떤 책은 '아이가 이렇게 아플 때는 병원보다 집에서 엄마가 치료하라'는 증상 구별법도 제시했다. 닥터맘들은 때론 스마트폰 앱 도움을 받는다. 스타트업 모바일닥터가 개발한 '열나요'는 아이 체온 관리를 위한 앱이다. 아이 체온을 입력하면 미열인지 고열인지 아이 상태를 알려주고, 어떤 해열제를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건강, 의료 관리 앱으로 아이 증상 및 치료법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닥터맘들이 공유하는 의료 정보가 전문 의료인에게 검증받지 않는 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용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교수는 "인터넷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는 아이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병원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