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낮 12시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에 1600여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학생들이 학교 측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에 반대하며 지난 28일부터 본관을 점거했고, 이 바람에 건물 안에 46시간 넘게 갇혀있던 교수 등 교직원 5명이 "구출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본관에 진입해 농성 중이던 학생 200여명을 밖으로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학생 몇 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구출된 교직원 5명은 탈수 증상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 진입한 경찰이 미래라이프 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대 학생들을 끌어내고 있다(왼쪽 사진). 이대 학생들이 나흘째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31일, 본관 앞에 있는 김활란 초대 총장 동상(오른쪽 사진)은 학생들이 계란을 던지고 페인트를 칠해 훼손됐다.

[경찰 "총장의 병력 투입 요청 있었다" vs. 이대 "요청 안 했다" ]

이 같은 갈등은 이화여대가 지난 7월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일명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빚어졌다. 이 대학의 수강 대상자는 3년 이상 직장 경험이 있는 특성화고 출신 등 고졸 여성이다. 수강생이 패션이나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의 과목을 배워 졸업하면 이화여대 학사 학위를 받는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 측이 정부 지원금(30억원)도 받는다.

하지만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이 사업을 '학위(學位) 장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미 평생교육원이 있는데도 학교가 교육부의 지원금뿐 아니라 학위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여론 수렴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세계 유수 대학에서 이미 시행 중인 사업이며 실무 경험이 풍부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 이념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경찰 투입 이후에도 다시 본관을 점거하고 31일 현재까지 나흘째 농성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