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기도하는 교황 - 27일(현지 시각) 폴란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 바벨 대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교황은“모든 종교는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 '성당 테러'를 저지른 알제리계 프랑스인 아델 케르미슈(19) 등 10대 테러범 2명이 범행 직전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동영상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IS는 27일(현지 시각) 동영상을 자신들의 뉴스 통신사인 아마크(Amaq)를 통해 공개했다.

1분 정도의 동영상에서 범인들은 IS기(旗)가 그려진 종이를 앞에 놓고 아랍어로 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범인들은 또 성당의 자크 아멜(86) 신부를 칼로 살해하는 장면도 촬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인질로 잡혔던 여성을 인용해 보도했다. 범인들이 충성 맹세 장면과 잔혹한 신부 살해 장면을 촬영한 것은 기독교·천주교에 기반을 둔 서구 사회를 최대한 자극해 IS에 대한 대(對)테러전을 서방과 이슬람 세력 간 '종교전쟁'으로 몰아가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동유럽 순방 차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테러와 관련, "지금 세계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종교 간 전쟁은 아니다"고 했다. 교황은 "지금 전쟁은 이해관계와 돈, 자원, 사람에 대한 지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이라며 "(진정한) 종교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IS 등 테러 단체가 이슬람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또 IS의 종교전쟁 유도에 빠져들지 않겠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케르미슈와 함께 이번 범행을 저지른 나머지 한 명의 신원도 확인했다. 현지 BFM TV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사살된 두 번째 테러범에 대한 유전자(DNA) 검사 결과 압델 말리크 나빌 프티장(19)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프티장은 프랑스 동북부 보주 지역 출신으로 케르미슈와 마찬가지로 IS 가담을 위해 시리아에 가려다 지난달 10일 터키에서 제지당했다.

테러범들이 모두 당국의 특별 관리 대상이란 점이 확인되면서 프랑스 당국이 테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총체적 무능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 로랑 보키에 부대표는 테러 예방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와 내무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당 테러범 IS에 충성 맹세 - 이슬람국가(IS)가 지난 26일 프랑스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에서 신부를 살해한 테러범들이 자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동영상을 27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영상에서 테러범 아델 케르미슈(왼쪽)와 압델 말리크 나빌 프티장(오른쪽)은 IS기(旗)가 그려진 종이를 옆에 두고 IS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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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정보 당국은 성당 테러 발생 나흘 전인 지난 22일 다른 나라 정보 관계자로부터 "수일 내에 프랑스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첩보와 함께 두 범인 중 한 명의 사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사진 속 범인이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말리크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에스부르 프랑스 전력연구재단 특별고문은 "프랑스는 대(對)테러와 관련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특히 정보와 사법 분야 공조 부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들어가려다 구속된 케르미슈는 "석방되면 똑같은 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검찰 측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나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다. 다시 일상에 복귀해 결혼도 하고 싶다"는 케르미슈 말만 믿고 그가 과거 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판단해 석방했다.

케르미슈가 차고 있던 전자발찌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없어 집에 있어야 할 시간만 확인해줄 뿐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보 당국은 케르미슈가 법원 재판 과정에 넘겨진 이후 그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최근 난민·이주민의 잇따른 테러·범죄에도 불구하고 난민 포용 정책의 원칙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테러범들은 문화·종교들 사이에 증오와 두려움을 심으려 하지만, 우리는 단호히 맞설 것이고 난민을 계속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내 대테러 작전 때 연방군을 투입하고, 난민 지위가 거부된 사람은 신속하게 추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