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에는 확실히 이유가 있다. 는 일단 스토리부터 흥미진진하다. 변호사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가진 남편을 만나 평범한 가정주부의 길을 택했던 여성이 남편의 권력형 스캔들을 계기로 사회에 나와, 생계형 취업에서 자아실현이라는 여성 보편적인 주제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10년 이상 가정주부로 살았던 여성이 법조계의 유리천장을 뚫고 성장하는 모습과 그 과정을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자신이 원하고 선택한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에 질문을 던져보자는 데서 출발해 더욱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드라마 가 원작으로, 원작 방영 당시 미국 지로부터 '텔레비전에서의 페미니즘과 정치학을 바꿔놓은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미국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웰메이드 드라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외국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해서 시청률에 재미를 본 작품이 없었다.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노다메칸타빌레)도 도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는 온도가 조금 다르다. 명품배우 전도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완성도가 좋다. 유지태와의 팽팽한 연기 호흡도 눈길을 끈다.

1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
그간 스크린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해왔던 전도연은 이번 작품으로 무려 1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라는 기록을 남겼다. '칸의 여왕' 덕분에 캐스팅도 잘되었다는 후문이다. 남편 역으로 나오는 유지태는 오직 배우 전도연이 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윤계상과 나나 등 다른 배우들도 전도연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고민 없이 승낙했다고 한다.

“저는 성향적으로 드라마나 스토리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에 끌려서 시나리오를 봐요. 인물의 감정선보다 상황이나 드라마를 따라간 작품은 가 처음이었어요. 대본이 굉장히 매력 있었고, 이야기가 훅 흘러가듯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관객, 시청자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간 전도연의 영화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어려운 작품을 선택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도연의 표현에 의하면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드라마보다는 감성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캐릭터를 위주로 연기를 해왔다고 한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는데, 마침 를 만나게 됐다고.

“사실 저는 드라마로 시작을 했던 배우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거리감은 없어요. 어떤 장르건, 드라마건 연극이건 오픈해서 생각을 했었습니다.”

감독이 말하는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다. 처음에 를 리메이크하자고 제작진이 모였을 때, 이 역할을 누가 하면 좋을까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가 하나같이 전도연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과연 그녀가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죠.(웃음) 일단 질러보자는 마음에 대본을 드렸어요. 전도연 선배가 하겠다고 했을 때 많이 놀랐죠. 거절당할 거라 생각하고 드렸는데 하신다고 해서 오히려 ‘왜?’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대본이 재미있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그래서 작업을 같이하고 있는데, 이렇게 같이하는 것 자체가 꿈같고 믿을 수 없어요. 현장에서 분량도 많고 힘들지만 서로 다독여가면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이름이 김혜경이 된 것도 전도연 덕분이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전도연이 출연했던 영화 에서 그녀의 극 중 이름이 김혜경이었는데, 전도연을 염두에 둔 작가의 의도로 똑같이 지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최고의 집중력 보이며 촬영 중
"11년 만이라고 하니 너무 올드한 배우라는 느낌이 들지만, 데뷔라고 생각하고 현장에 열심히 적응해나가고 있어요.(웃음) 4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갔는데 이제 조금 현장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힘은 들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잘 적응해나갈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충무로에서 활동했지만 드라마에서 시작한 배우인지라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다. 전도연은 현장에서 배우들과도 잘 교감하는 편이다. 특히 그녀와 가장 많은 신을 촬영하고 있는 나나(애프터스쿨)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다. 전도연은 나나에게 “에너지를 많이 주는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나가) 잘하고 있어서 (제가) 선배이기는 하지만 조언보다는 서로 위로하면서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것이 전도연의 공식 멘트.

나나는 "전도연 선배와 같이한다는 사실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부담감도 많이 가지고 있었고요. 전도연 선배님의 대해주시는 눈빛, 행동, 말들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조언을 해주시더라도 제 생각,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생각하시고 배려하며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빠르게 전도연 선배와 친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며 선배에 대한 무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감독부터 배우까지 모두에게 극찬을 받는 전도연이지만 나름 어려운 점도 많단다.
"대본이 재미있게, 쉽게 읽혀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사 분량, 법정 용어 같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제가 이걸 다 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어요. 이걸 다 외워서 할 수 있을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요. 감독님께서 정 못 하겠으면 보드판에 써서 보고 읽어도 된다고 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아주 잘 외우고 있다…가 아니라 조금씩 적응을 해나가고 있어요."

주부로서도 공감하면서 캐릭터 몰입
전도연은 2007년 사업가 강시규 씨와 결혼했다. 여섯 살 된 딸도 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 역할에만 충실한 그녀인지라 의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극 중 가정주부에서 변호사로 복귀한 김혜경의 상황 중에는 실제 전도연이 경험한 부분도 있다.

“저도 결혼생활 하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극 중 김혜경은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이성적이기보다는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것에 치중이 많이 되어 있는 캐릭터예요. 지금까지의 캐릭터는요. 그런데 사실은 저도 그래요. 그래서 그런 김혜경을 따라가는 것이 재미있어요. 많이 비슷한 것은 아니지만 닮은 부분을 찾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배역 몰입도가 높다 보니 시청자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나타난다. 브라운관에서 편하게 보는 명품배우의 명품연기로 즐거운 시청자들은 ‘감탄밖에 안 나오는 전도연’, ‘드라마 보다가 손뼉 쳤음’ 등 전도연에 대한 극찬 리뷰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원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차별화된 에 대한 평가는 전도연이라는 굵직한 이름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