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우병우, 휴가 복귀해 정상근무...野 "검찰로 가야"]

한 달에 두 번 8쪽짜리 재테크 섹션을 만드는 조선일보 금융팀 기자들은 최근 지면 회의를 하다가 '고위 공직자들의 대단한 재테크 비법'을 주제로 섹션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농담 아닌 농담을 나눴다. 지면 계획도 짜봤다. 표지 기사는 '탈세와 절세 사이… 가족회사 한껏 활용하기', 심층 분석 면은 '고위 공직자들의 역대 부정 축재 수법들', 미니 기사로는 '될성부른 비상장 주식 고르는 비법―진경준 검사장 사례', 재테크 고수(高手) 인터뷰 코너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홍만표 변호사 두 사람 중 한 명만 고르기 어려우니 아예 둘 다 모시는 게 어떻겠느냐는 얘기 등이 오갔다. 순식간에 8페이지를 채울 기삿거리가 꽉 차버려 씁쓸했다.

자산가인 아내 등과 함께 세운 가족회사를 통해 상당한 돈을 굴린 것으로 알려진 우병우 수석, 역시 가족회사를 통해 오피스텔 123채를 보유하고 15억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는 홍만표 변호사(전 검사장), 친구인 김정주 넥슨 창업주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4억여원어치를 공짜로 받아 120억원 대박을 낸 진경준 검사장.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탐욕스러운 재테크가 이토록 줄줄이 쏟아진 적도 드물 것이다. 과거 고위 공직자의 돈 문제는 대개 뇌물·횡령 정도였다. 요즘 드러나는 것은 매우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돈을 불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머리가 비상한 분들이다 보니 돈도 참 잘 굴렸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그런데 전문가들에게 이들의 재테크 방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 반응이 더욱 놀라웠다. 가족 기업을 만들어 세금을 덜 내는 것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이미 '매우 일반적인 일'이라는 얘기였다. 한 세무사는 말했다. "법인세율은 개인 종합소득세율의 절반밖에 안 되고, 우 수석 가족처럼 중소기업 회계 처리 특례까지 받으면 실제 적용받는 세율은 더 줄어들죠. 예전과 달리 법인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아서 가족회사를 만드는 게 돈 많은 사람들에겐 여러모로 유리해요. 가족은 그 회사에서 월급 받고, 업무용 차량도 쓰고…. 모르셨어요?"

국세청 관계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국내 65만개나 되는 법인 가운데 속속들이 파악하진 못해도 상당수가 이런 목적의 기업일 겁니다. 사실 돈을 빼돌린다든지, 근무도 안 했는데 급여 주는 것만 아니라면 불법이 아니거든요".

돈 없고, 정보 없고, 순진한 서민들이야 이런 재테크를 꿈도 못 꾸지만 사실은 절세와 탈세 사이에 교묘한 축재(蓄財)의 영역이 있는 셈이다. 그게 과연 탈세인지 아닌지, 제대로 조사는 하는 것일까 같은 물음은 '그들만의 리그' 선수들에겐 세상 이치 모르는 순진한 질문에 불과했다.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아낄지, 그 비법을 챙겨보자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해외 펀드, 특판 상품 등을 독자들에게 열심히 소개했건만 이제는 무엇을 재테크 비법이라고 소개해야 할지 난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