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엄마·아빠가 의사인 학생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대로변에 소아과·내과·정형외과 동네 의원이 줄줄이 있건만 의사 학부모는 없었다. 의사들이 개업은 '강북'에 해도 집은 '강남'에 두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 때문이란다. 정확히는 좋은 학원 때문이지 싶다. 서울 대치동에는 경기 동남부 지역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목동에는 경기 서부·인천권 병원 의사들이 많이 산다.

▶20년 전 국군 대구병원에서 군의관 하던 시절 경북의대·영남의대를 나온 대구 출신 군의관이 많았다. 전역이 가까워지자 다들 근무처를 알아보는데 같은 과 전문의인데도 영천·문경 같은 경북 지역 병원 의사 월급이 대구보다 거의 두 배 많았다. 자동차로 고작 한 시간 거리지만 지역 병원은 그만큼 의사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유를 묻자 "대구 의사들은 대구 떠나면 죽는 줄 압니더~"라고 했다.

▶그나마 그때는 의사들이 출신 대학 도시를 일터로 삼았다.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의대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방 의대 절반을 서울 학생이 차지한다. 강원의대·제주의대에는 지역 학생이 귀하다. 지방 의대 졸업생의 20~40%는 인턴·레지던트를 하러 수도권 병원으로 올라온다. 전국 41개 의대 수석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서울 대형 병원에 와 있다. 지방 의대에선 "기껏 의사 만들었더니 서울에 다 뺏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엊그제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의료 인력 종합 보고서에서 전문의 1인당 인건비가 울산 2억63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서울이 1억3200만원으로 제일 적었다. 서울서 멀수록, 대도시서 떨어질수록 의사 연봉은 올라간다. 전국 의사 10만명 중 95%가 도시에 있고 열 중 여섯은 6대 도시에 몰려 있는 탓이다. 울산은 소득 수준이 높고 병원이 많아 의사 연봉이 특히 세다. 치매 병원과 노인요양병원이 산속에 있을수록 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 의사 월급이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민간 병원이 90%에 이르러 의사 연봉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 인공관절·척추 수술 많은 정형외과·신경외과, MRI·건강검진 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연봉이 높다. 대다수가 여자 의사인 산부인과의 경우 야간 분만 당직 서는 남자 전문의는 없어서 못 구한다. 문제는 의사들의 대도시 선호로 지역 간 의료 서비스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지역 할당 의대생 선발 규모를 늘리고 의료 취약지 병원에 정부 지원을 키워야 한다. 그래도 의사 연봉이 대체로 높다. 이 참에 의사가 모자란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