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방부 관계자와 취재진이 18일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앞에서 미군의 설명을 듣고 있다. 미군이 사드 기지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전자파 측정값 중 최고치는 1㎡당 0.0007와트로 인체 허용 기준(1㎡당 10와트)의 0.007%에 불과합니다."

18일 오전(현지 시각) 괌 앤더슨 기지 내에 배치된 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로부터 1.6㎞가량 떨어진 '아르마딜로 미군 훈련장(Site Armadillo)'. 전자파 측정 기기로 6분간 사드 레이더 전자파를 측정한 한국군 공군 7전대 소속 전파관리 장교는 "기준치의 0.007%라는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나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사실상 자연 상태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날 측정된 전자파 평균값은 1㎡당 0.0003와트였다.

이날 전자파 측정은 한국 내 일각의 사드 반대 여론을 의식한 미군이 한국군의 요청을 수용해 이뤄졌다. 미군은 당초 "괌 사드 기지는 미국 민간 언론에도 공개를 허용하지 않았던 곳"이라며 우리 군이 미군 기지 내에서 전자파를 직접 측정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 미측을 설득한 끝에 측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레이더로부터 1.6㎞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을 한 것은 사드가 배치될 경북 성주 포대에서 민가(民家)까지 거리가 1.5㎞ 인 것을 감안한 조치다. 측정이 이뤄진 지역은 레이더와 고도(高度) 차이가 거의 없는 평지였다. 약 400m 고도에 레이더가 설치되는 성주보다 전자파 수치가 훨씬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괌의 이 지역에선 매일 100~200명의 미군이 훈련을 하고 있고 시설물 건설을 위해 인부들이 수시로 왕래를 하고 있었다. 미군 관계자는 "훈련을 하는 미군 장병이나 인부들이 이상을 호소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바로 옆 정글 지대에는 사슴과 여러 종류의 새 등 각종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있다고 미군 관계자는 전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 기사를 오역(誤譯)해 "괌 사드 기지 근처에 살 수 있는 건 돼지 2마리뿐"이라고 한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설명이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 수치가 측정기에 0.0006와트(1㎡당)로 찍혀 있다. 인체 허용 기준(1㎡당 10와트)에 크게 못 미친다.

전자파 측정을 마친 공동취재단은 1.6㎞가량 떨어진 사드 포대로 이동했다. 포대로 들어가는 진입로 곳곳에 바리게이드가 쳐져 있었다. 완전 무장한 군인 2명이 입구 초소에서 방문객을 맞았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500㎞) 위협이 부각된 후인 2013년 4월 임시로 배치된 포대는 지난해 영구 배치가 결정되면서 주둔에 필요한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포대 입구에 들어서자 2대의 발전기에서 내뿜는 소음이 요란했다. 발전기 가까이에선 브리핑 내용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미군 측은 "임시 기지이다 보니 전력망을 아직 갖추지 못해 레이더를 가동할 경우 발전기 2대를 튼다"고 했다. 영구 주둔지 건설 공사가 끝나 상시(常時) 전원이 연결되면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국군 관계자는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포대는 호크 미사일 부대용 고압선이 설치돼 있다"며 "발전기는 비상용으로 들여오는 것이며 평소에는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식인 사드 레이더는 가로 4m, 세로 2m 크기로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다. 발전기와 레이더 앞쪽으로 이동식 발사대 2기(1기 당 미사일 8발)가 부채꼴 형태로 배치됐다. 발전기와 500m 떨어진 발사대 앞에서는 요란하던 발전기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동식 발사대는 포대당 6기를 기본으로 하고 최대 9기를 운용할 수 있지만 괌 포대는 6기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레이더와 발사대 2기는 모두 북한이 있는 서북쪽을 향하고 서 있었다. 괌 사드 포대 부대 마크의 '무수단 파괴자(MUSUDAN MANGLERS)'라는 문구는 이 부대의 임무와 역할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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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이날 그동안 사드 레이더의 인체 유해 구역이 레이더로부터 100m인가, 3.6㎞인가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미군 관계자는 2012년 미 육군 교범 그림에 사드 안전거리가 3.6㎞로 표시된 데 대한 취재단의 질문에 "미 육군 교범은 레이더의 고도라든지 레이더가 눕혀지는(위로 향하는) 각도 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그러나 레이더가 주변 지형과 고도차가 없을 때 고각(高角)이 없는 (지면과 평행하게 쏘는) 상태라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非)현실적인 가정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가정의 그림이 포함된 이유에 대해선 "교범을 다 읽어보면 레이더 위험을 완화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해선 레이더를 높은 곳에 배치하든가 눕히면 된다고 돼 있지만, 이런 설명 없이 그림만 보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미군 관계자는 (성주와 비슷한) 350m 고도에 레이더를 설치했을 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최저 고도 수치도 이날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다. 350m 고도에서 5도 각도로 레이더 전파를 쐈을 경우 최저 위험 고도가 100m 거리에선 359m, 500m 거리에선 394m, 3600m 거리에선 664m, 5500m 거리에선 787m라는 것이다. 그 아래 쪽은 전자파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군 측은 2002년 미군 미사일방어국(MDA) 보고서에 인체 위험 구역이 100m가 아니라 400m라고 표기돼 있는 데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군 전문가는 "400m는 2002년 사드 체계의 개발이 끝나기 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설정했던 수치"라고 말했다. 로버트 헤드룬드 주한미군 기획관리참모부장(해병소장)은 "괌 기지에 적용되는 안전 기준은 미국 정부 기준보다 높다. 괌 기지 안전 기준을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