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 방침을 발표한 이후 한·중(韓·中) 일각에서 두 나라의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와 함께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중국 일부 매체와 지식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의 일부 좌파·진보 매체와 정치인들까지 이런 중국의 위협을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중국에선 중화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지난 8일 자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과 관련된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2일 경북 성주군이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된 이후에는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고 미사일로 사드를 겨냥하라"고도 했다.

찬성 VS 반대 -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찬반 논쟁도 격해지고 있다. 북한인권학생연대, 청년이만드는세상 등 5개 단체 회원들은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우선하는 선택”이라며 사드 배치 지지 입장을 발표했다(위). 이날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는 2000여 명이 사드 반대 촛불 집회를 열었다(아래).

중국의 일부 지식인도 전쟁이나 보복을 협박하는 투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인줘 인민해방군 예비역 소장은 "미국과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첫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군사 전문가 다이쉬는 "(사드를 배치한 한국에) 대응할 수단은 장거리 로켓포 및 단거리 미사일 배치 강화 등으로 적지 않다"고 했다. 시사 평론가 주원후이는 "한국은 사드 배치로 미국을 위한 장기판의 말(馬)이 됐다"며 "중국인들의 배신감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국내 정치인도 '중국 공포'를 부추기는 듯한 언행으로 중국 측이 우리를 공격할 명분을 스스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이수혁 전 외교부 6자회담 수석대표는 14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미국 정부가 백두산 뒤쪽에 배치된 중국의 '둥펑(東風)-21D'라는 항공모함 킬러 미사일을 들여다보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 팔을 비트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국정원 1차장도 지내고 지난 총선 때 더민주에서 비례대표 후보 15번을 받았던 그는 "(둥펑-21D) 미사일이 백두산 너머에 설치됐다는 '설(說)'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백두산 쪽을 보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시끄럽게 남한에 레이더를 추가 설치할 것도 없이 동해에 배나 정찰기를 띄우거나 일본에 설치한 사드 레이더로 감시하면 된다"며 "전문성이 의심되는 발언"이라고 했다.

[성주 포함된 TK지역이 "사드 찬성" 전국서 가장 높아]

국내 일부 매체도 사실을 왜곡해 보도하는가 하면 중국의 경제 제재 등 보복을 부추기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좌파·진보 매체는 지난 주말 사드 배치 발표 직후에는 당장 중국의 경제 제재가 닥칠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막상 중국 측이 경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나올 것" "언젠가 닥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조야(朝野)에서 사드 문제로 한국을 너무 몰아치는 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좋지 않고 안보와 경제는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중국의 보복을 부추기는 듯한 이런 행태는 중국 앞에서는 작아지는 '소국(小國) 외교'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국회와 언론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경제 제재 가능성을) 자꾸 거론해 실제로 초래하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지금은 정치권이 합리적 근거를 통해 중국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부 매체는 사드 레이더 위험성과 관련한 왜곡 보도 논란도 낳고 있다. 몇몇 매체는 미군(美軍) 기관지 성조지가 지난 1월 괌의 사드 포대 지역을 현장 취재한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사드 운영 요원은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돼지 두 마리뿐'이라며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성조지 기사 원문을 보면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한 내용이 없다. '돼지 두 마리만 산다'는 것도 위험하다는 의미로 한 게 아니라 외딴 밀림 속에 있는 부대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재밌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보도는 한 좌파 성향 매체 보도를 원문도 확인하지 않고 베끼다가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