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캄보디아 깜뽕짬(Kampongcham)시 뚬레밧 마을에 있는 사회적 기업 '나무리프'의 일회용 접시 공장. 섭씨 34도가 넘는 날씨에 습한 공기였지만 현지 근로자 16명의 표정은 밝았다. 열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메콩강에서 물고기를 잡다 두 달 전부터 이 공장에서 일하는 막 와씨(23)씨는 "물고기를 잡을 땐 수중에 남는 돈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 공장 근로자들이 매달 받는 월급은 135달러로 현지 평균 월급(45~60달러)의 2배가 넘는다.

이들이 만드는 일회용 접시는 플라스틱이나 펄프로 만드는 일회용 접시와 다르다. 현지에서 '따움슬라'라고 부르는 빈랑나무(야자수의 일종) 낙엽에 열을 가해 압착한 '낙엽 접시'다. 뜨거운 국물을 7시간 동안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버린 후 두 달 만에 완전히 썩어 흙으로 변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캄보디아 깜뽕짬시에 있는‘나무리프’친환경 접시 공장에서 나무리프 대표 이인구(사진 맨 오른쪽)씨와 공장 매니저 방경덕(맨 왼쪽)씨가 캄보디아 직원과 접시를 들고 서 있다.

[캄보디아는 어떤 나라?]

나무리프 대표 이인구(30)씨와 공장 매니저 방경덕(28)씨가 공장 문을 열게 된 계기는 지난 2014년 캄보디아를 배낭여행할 때였다. "인도에서는 사탕수수로 그릇을 만드는 데, 여기는 그릇을 만들 수 있는 빈랑나무 낙엽을 버리더라고요."

공장 설립을 목표로 지난해 초 4~5번의 현장 답사를 거쳐 공장 입지까지 정했지만 창업 자금을 구하지 못했다. 다행히 개발도상국에서 사회적 기업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코이카(KOICA)의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4억8000만원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그길로 '나무리프'를 설립한 두 사람은 지난 2월 공장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이 공장을 열고 주민들에게 "접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빈랑나무 낙엽을 가져오면 한 장에 25원을 주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쓸모없어 버리는 걸 왜 돈을 주고 사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낙엽 접시를 만들어 보이자 깜뽕짬시에는 "한국 청년들이 낙엽으로 신기한 그릇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제는 아예 낙엽 수거를 업으로 삼은 사람도 생겼다. 방씨는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아침마다 공장에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나무리프가 생산하는 낙엽 접시의 가격은 한 장당 350원으로 일본이나 영국 회사들이 만드는 낙엽 접시보다 50~70% 싸다. 나무리프는 국내 도시락 배달 업체, 푸드트럭 등에 납품을 시작해 향후 일본, 호주 등으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올해 나무리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창업에 나선 10개 팀을 지원한 코이카는 오는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6년 하반기 CTS 프로그램 지원 대상이 될 15개 팀을 모집하기 위한 공모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코이카 측은 "전세계적으로 개발원조의 방식이 '정부 직접 원조'에서 민간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창업 지원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개발도상국 사회적 기업 창업에 뛰어들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